22일 오후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동대구역 광장 앞에서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안내문에 “독재자” “X새끼”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이라는 문구를 분필로 새겨넣었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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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 광장에 선 3m 높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본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수난을 겪고 있다. 제막식(23일)을 앞둔 동상은 하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동상 뒤로는 ‘박정희, 대한민국 제5대∼9대 대통령’이라는 소개가 붙었는데, 화가 난 시민들은 그 옆으로 “독재자” “X새끼”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이라는 문구를 분필로 새겨넣었다.
22일 오후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동대구역 광장 앞에서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박정희 동상 치워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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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운동본부)는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란원조 친일독재 박정희 동상 즉각 치워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 치워라’는 손팻말을 들고 동상에 덮인 천을 벗기며 항의했다. 대구시는 공무원 20여명과 차량 10여대를 동원해 동상 입구를 막아섰다.
운동본부는 “계엄군 총구에 맨몸으로 맞선 시민들이 내란세력 청산과 민주헌정 회복을 외치고 있는 이때 홍준표는 내란수괴 옹호도 모자라서 내란원조 박정희의 우상을 세웠다. 홍준표는 탄핵 정국을 틈타 용산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 노욕과 술수에 속을 국민은 없다. 대구시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보수라도 시대착오적 망상에 빠진 사람, 대구를 망친 사람, 내란에 동조하는 사람을 용납할 시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국유지인 동대구역 광장에 대구시가 동상 등 시설물을 설치할 권한이 있는지도 여전히 논란이다. 국가철도공단은 대구시에 여러 차례 추가 시설물 설치 협의를 요청했고, 지난 13일 대구지법에 대구시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반면, 대구시는 줄곧 “광장 등 고가도로는 공공시설로 준공 뒤 지자체로 이관돼 대구시가 운영해 왔다”며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22일 오후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동대구역 광장 앞에서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서 “친일 독재 박정희 동상 안됩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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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는 23일 오후 2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연다. 홍 시장도 제막식에 참여한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8월 이곳에 ‘박정희 광장’이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지난 3월1일 홍 시장이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글을 쓴 뒤, 동상 건립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달 11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대구도서관 공원을 ‘박정희 공원’으로 이름 짓고, 두 곳에 동상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당시 반대 의견이 886건 접수됐지만, 대구시는 모두 ‘미반영’ 조처했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5월 본회의에서 해당 사업의 조례안을 가결했다.
운동본부는 23일 낮 12시30분부터 동대구역 광장에서 동상 제막식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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