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국형 AI의 현재와 미래(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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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중인 AI R&D…국내 기업 승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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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R&D 연간 규모 최대 42배…아마존 84조 vs 네이버 2조
글로벌 빅테크 AI 투자 방향/그래픽=윤선정 |
생성형 AI(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글로벌 빅테크 간 쩐의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그동안 생성형 AI에 대한 인식이 넓게 퍼졌고 꾸준히 투자를 늘려온 빅테크들은 내년부터 생성형 AI를 활용한 수익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생성형 AI 투자를 더욱 확대해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MS(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6곳의 R&D 합산 규모는 2387억달러(약 342조8200억원)로 2015년 510억달러(약 73조2400억원)에서 4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5년 10%에서 2023년 14%까지 커졌다. 글로벌 빅테크 R&D 연간 규모로 보면 아마존이 연간 587억달러(약 84조3000억원)로 가장 많았고 구글이 340억달러(약 48조8300억원), 메타가 261억달러(약 37조4800억원), MS 245억달러(약 35조18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생성형 AI 기업 앤트로픽에 40억달러(약 5조7400억원)를 투자했다. 앤트로픽은 챗GPT의 대항마로 꼽히는 클라우드3 개발사다. 구글은 2017년 AI 전문 벤처캐피탈 출범 등 AI 분야 투자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앤트로픽에 23억달러를 투자했다.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분야에 주로 투자해 온 메타는 내년부터 메타 글래시스 같은 AI 툴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향후 AI 관련 하드웨어, DC(데이터센터) 등 기술 지원 인프라에 400억달러(약 57조42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4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MS는 AI 플랫폼 시장 선점을 이어간다.
반면 국내는 기술력과 투자 규모에서 아직 AI 2군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네이버(NAVER)는 R&D에 1조9926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는 1조2235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용은 네이버 20.0%, 카카오 16.2%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전체 투자 금액은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자칫하다간 AI 시장을 전부 글로벌 빅테크에 뺏길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생성형 AI의 경우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생성하는지가 중요한데 여기에는 굉장히 큰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AI R&D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인재를 양성하려 하지만 최근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LLM(대규모언어모델)보다 실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 정면 승부로는 승산이 없어 한국어 강점을 살린 작은 AI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AI가 검색 결과를 요약해 출처와 함께 보여주는 'AI 브리핑'을 출시하고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에 AI 추천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DAN 24에서 앞으로 매년 R&D에 매출액 대비 20~25%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초개인화 AI 서비스인 '카나나'를 출시한다. 카나나는 카카오톡과는 별개로 이용자의 의도를 이해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형 앱(애플리케이션)이다. 또 카카오톡에는 맞춤법과 번역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나 기업별 투자 금액만 놓고 보면 국내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가지고 있는 정보의 규모나 기술력에서도 국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기가 힘든 만큼 네이버가 중동에서 디지털 트윈 사업을 하는 것처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적극적으로 개발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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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 LLM보다 '돌고래' 콘셉트로 싸워야 AI대전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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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AI에이전트 '에이닷' '카나나'…하이브리드 모델로 개발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
AI(인공지능) 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덩치 싸움'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구축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 콘셉트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적지 않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따라해 어설픈 토종 앱마켓을 만들기보다, 그 생태계 안에서 시장을 공략할 '킬러앱'을 만드는데 성공한 기업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범용 LLM을 개발한 기업으로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MS(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오픈AI 등이 있다. LLM 개발에는 AI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 수집, 컴퓨팅 자원, 고급 인력 확보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 때문에 비용 여력이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요 AI 사업자가 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NAVER(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LLM '하이퍼클로바X'로 맞서고 있으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IT업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카카오는 자체 LLM인 코GPT로 승부를 보기보단, 이를 일부 활용한 AI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
카카오 외에도 자체 LLM에 집중하기 보다 챗GPT 등 오픈소스 LLM을 활용한 서비스로 시장을 두드리는 국내 기업이 적지 않다. SK텔레콤의 AI에이전트 '에이닷' 역시 SKT의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 외에 챗GPT, 클로드 등 다양한 범용 LLM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퍼플렉시티나 메타의 리마를 활용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외부 LLM에 기반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들의 첫 번째 이유는 '절박함'이다. 당장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약 없는 LLM 개발에 매달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1조~2조원씩 이익을 내는 네이버 정도 사이즈가 안된다면 굳이 고래싸움에 껴서 새우등 터지듯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외부 LLM 활용에 대해 해외 빅테크에 종속된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비아냥도 일단 회사가 살아남아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범용 LLM에 도전하지 않고 분야 특화별 LLM만 구축하는 국내외 사례도 많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한국어·게임에 특화된 중소형 언어모델 'VARCO(바르코)'를 개발해 본원사업인 게임과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NTT와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들도 일본어 특화형 또는 금융 등 전문분야에 활용 가능한 '맞춤형 언어모델' 및 서비스를 개발해 즉시 현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안드로이드에 맞붙을 스마트폰 OS(운영시스템)를 만든다거나, 제3의 앱마켓을 만들겠다던 국내외 기업들의 도전이 대부분 수포로 돌아간 반면 기존 생태계에 발빠르게 입점한 기업들은 오히려 고성장할 수 있었다"며 "AI 산업에서도 독자 LLM 개발보다는 기존 빅테크 LLM의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활용해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는 게 승률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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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AI 스타트업 7개사'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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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뒤처진 한국 AI 경쟁력, 혁신성·유연성 갖춘 스타트업이 높인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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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AI(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은 AI 전쟁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 알파고의 첫 격전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AI 점수는 아직 중상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네이버(NAVER)와 카카오가 전반적인 AI 산업을 이끌고 있으나 글로벌 빅테크들과 비교하면 2~3년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곳 모두 AI 기술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격차를 좁히진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AI 산업의 새로운 동력으로 스타트업의 활약이 기대된다. 대기업이 갖추지 못한 유연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한국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21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중 AI 기술로 두각을 드러낸 곳은 단연 '업스테이지'가 꼽힌다. 업스테이지는 홍콩과학기술대학 컴퓨터 공학부 교수이자 네이버 클로바 AI 헤드 출신인 김성훈 대표가 2020년 10월 설립했다.
업스테이지는 'AI 올림픽'으로 불리는 캐글(Kaggle) 대회에서 매번 금메달을 휩쓸어 업계 내에선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불린다. 또 OCR(광학문자인식) 분야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아마존·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자본시장의 관심도 집중됐다. 업스테이지는 2021년 9월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316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올해 4월 시리즈B 때는 1000억원을 조달하며, 국내 AI 기업이 근래 유치한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MAU 500만 돌파한 '뤼튼', 일본서도 흥행
/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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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분야 스타트업 중에선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가장 선두를 달린다.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생산성 도구, AI 검색, 캐릭터 서비스, 나만의 AI 제작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며 사용자들의 업무와 일상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2023년 초 서비스 출시 후 불과 1년 반 만에 달성한 성과다. 이제 창업 3년 차에 접어든 스타트업이지만 일본 등 해외에서도 성과를 높여가고 있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480억원이다.
영상 분야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는 '트웰브랩스', 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운영하는 '마키나락스'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AI 기업'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트웰브랩스는 복합정보처리(멀티모달) 신경망을 활용해 영상 검색, 분류, 생성 등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관련 기술을 다른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자용 API 형태로 제공한다. 엔비디아에서 투자를 받았으며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500억원대에 달한다.
마키나락스의 솔루션은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화학, 국방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AX(인공지능 전환)를 가능케 한다. 네이버, 삼성, 현대, 한화, GS,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총 3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포브스 주목 '한국 AI 창업자 3인'
(왼쪽부터)김진우 라이너 대표, 안재만 베슬AI 대표,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사진=각 스타트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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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가 선정한 '2025년 주목해야 할 최고의 AI 창업자 33인'에 이름을 올린 김진우 라이너 대표,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 안재만 베슬AI 대표의 활약도 주목된다. 33인 중 한국인은 이들 세 사람뿐이다.
라이너는 44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답변과 출처를 제공하는 'AI 검색 서비스'를 운영한다. 라이너 AI 검색의 강점은 이용자가 직접 AI 검색 결과의 타당성과 적절성을 한눈에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출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라이너는 220여개 국가에서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료 구독자의 60% 이상이 미국 이용자다. 세계 최대 VC(벤처캐피탈)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발표한 가장 인기 있는 '생성 AI 소비자 앱 톱100' 웹서비스 분야에 2회 연속 최상위 톱10에 선정됐다.
마크비전은 짝퉁 판매나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는 AI 모니터링 솔루션을 운영한다. 생성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위조 상품과 무단판매, 불법 콘텐츠 등을 탐지하고 제재하는 '마크AI'를 선보였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510억원이다.
베슬AI는 클라우드 환경 통합 관리와 컴퓨팅 자원 최적화를 통해 AI 학습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생성형 AI 시대 급격한 컴퓨팅 수요 증가에 대응해 기업들의 효율적인 AI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지원한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20억원 규모다.
안재만 대표는 "향후 5년 내 기업 문화는 AI를 통한 자동화 운영과 의사결정이 보편화될 것"이라며 "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장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산업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AI 전환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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