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유치 통해 내수경기 부양 의지, 대외 개방 확대 정치적 함의도
[베이징=뉴시스] 박정규 특파원 = 중국이 한국인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한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한 첫 날인 8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현지 여행사 관계자들이 한국인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2024.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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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환승객에 대한 무비자 환승 체류 기간을 최장 열흘로 늘린다. 부진한 내수경기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국제사회에 대해 개방 확대 제스처를 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CCTV 등 공산당 기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은 한국과 미국 등 54개국 여권 소지자들에 대한 경유 비자 면제 기간이 기존 72~144시간에서 최대 240시간(열흘)까지 연장됐다고 17일 발표했다.
해당 국가는 한미 양국을 포함해 일본, 러시아, 브라질, 영국, 캐나다 등 54개국이다. 이들 국가 여권 소지자들은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환승 이동할 때 무비자로 중국에 최대 240시간 체류 가능하다. 단 유효기간이 3개월 이상 남은 여권을 소지해야 하며 제3국 입국 수단 확보 등 일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무비자 기간 연장뿐 아니라 출입국 편의도 크게 늘린다. 중국 당국은 해당 무비자 출입 절차 처리가 가능한 공항을 전국에 21곳 늘리고, 체류 가능 지역에 5개 성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공항 60곳을 통해 입국, 경유 시 무비자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열흘까지 머무를 수 있는 체류 가능 지역도 총 24개 성시로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최근 무비자 정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앞서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에 대해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고 이를 다시 30일로 늘렸다. 기존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다가 코로나19 기간 중단했던 일본도 다시 무비자 대상에 포함했다.
이번 조치는 완전 무비자가 아닌 제3국 이동 중 경유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조치에 비해 개방 폭이 크진 않다. 한국 등 기존 무비자 국가 국민에겐 추가 혜택이 없다. 그럼에도 대상 국가에 미국이 포함되는 등 기존 정책에 비해 전향적 정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에 앞서 냉각된 양국관계를 일부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 간 회담에서 합의한 인적교류 확대를 중국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는 명분도 이번 체류기간 연장을 통해 일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연말 정상회담에서 인적교류 확대, 마약류 등 공동대응, 최고위 군사채널 재개통 등에 합의했었다.
정치적 함의에 앞서 무비자 환승 체류기간 연장을 결정한 중국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역시 관광객 유치 확대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내수경기에 해외 관광객 확대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
무비자 환승 체류 연장은 중국 항공사를 통한 입국 및 환승 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전국 주요 공항들을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육성한다는 중국 정부의 계획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민항국과 거시 경제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국제 항공 허브 건설 추진에 관한 지도 의견'을 발표했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주요 공항을 국제 항공 허브로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한편 중국민항국은 연간 여객 1000만명을 소화한 중국 공항이 2012년 21곳에서 현재 41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베이징 서우두공항 여객량은 세계 2위, 상하이 푸둥공항은 9위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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