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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3년 뒤 또 '불닭' 부족"…中 공장 짓는 삼양식품, 대표 'K라면'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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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주요제품./사진=삼양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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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K라면(한국 라면)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글로벌 생산망' 확대에 나섰다. 국내에만 공장을 갖고 있던 삼양식품 첫 해외 해외 생산 거점으로 중국을 낙점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 물량을 조달하고, 국내에선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 수출에 주력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미·중 패권다툼과, 세계적인 '리쇼어링(기업의 자국 복귀)'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2027년 또 '불닭볶음면' 공급부족 전망…글로벌 생산망 확대

삼양식품은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 삼양푸드스 싱가포르 유한회사(가칭)를 설립하고 4518만 달러(약 650억원)를 출자한다고 17일 밝혔다. 출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삼양식품 자기자본 5768억원의 11.2%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신설 법인의 지분 90%를 갖는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내년 12월 31일이다. 출자금은 전액 현금으로 조달한다.

공장 부지와 생산 규모 등은 내년 초 공개 될 예정이며, 2027년 1분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삼양식품의 면류 생산능력(케파)은 연간 18억개 규모다. 이 중 60~70% 가량을 수출하고 있는데, 자체 분석결과 2027년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의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6억9000만개 규모 케파를 갖춘 경남 밀양2공장이 건립 중이지만, 3년 뒤 또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이번 결정을 통해 글로벌 생산망을 '이원화' 한다. 내년 상반기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국내에만 26억~27억개 규모의 케파를 갖추게 된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동남아시아와 미국·유럽을 비롯해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도 수출할 예정이다. 중국 물량은 현지에서 감당하며, 전체 생산량은 연 30억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은 자체 생산 물량의 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신설되는 법인은 '아시아 총괄'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낮은 법인세(단일세율 17%)와 정치적인 안정성을 토대로 아시아 금융허브였던 홍콩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캐나다 공공정책 연구기관 프레이저 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경제자유지수 1위 국가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삼양식품의 주요 시장인 중국·인도네시아 등과 물리적으로도 인접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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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이달초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7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양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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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이 중국으로 가는 이유 2가지, '현지화'가 성공의 관건

삼양식품이 중국에 공장을 마련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와 불닭볶음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요'가 충분하고, 공급망 확대에 따른 미래 성장 가능성도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가장 높다. 미국이 22% 정도다. 2021년 설립된 삼양식품 중국 판매법인의 연간 평균 성장률이 80%를 웃돈다.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다. 삼양식품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공장 건립과 운영비 등이 저렴하고 물리적으로 가깝단 이점도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과 미국을 두고 저울질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과 비교해 미국의 생산 비용이 2~3배 가량 더 비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시장 규모와 비용, 운영 편의성을 비롯한 향후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양식품이 중국에 공장을 짓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미국과의 패권다툼을 비롯해 중국 내에서도 인건비 등 비용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중국 식품 자회사 지상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했고, 롯데웰푸드는 중국 사업을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기업들이 중국보다 미국·유럽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이 '중국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식품회사인 오리온은 90% 이상을 현지 직원을 채용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중국 소비자들에 맞췄다. 수익금도 재투자 하면서 진출 29년 만인 올해 첫 국내 배당을 했다. 오리온의 중국 매출은 1조3000억원 정도다. 최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첨단 기업과 달리 식품 제조사 관점에선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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