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7 (화)

낚시·군대·야구 예능 개척한 이 남자...이번엔 럭비에 꽂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JTBC 산하 레이블인 스튜디오 C1 대표 장시원PD는 인기 예능 '최강야구'에 이은 새로운 '최강' 시리즈, '최강럭비'를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럭비 예능을 한다고요?”

JTBC 산하 레이블 스튜디오 C1 대표 장시원PD(44)가 새 스포츠 예능 소재로 럭비를 선택했을 때, 주변에선 물음표가 쏟아졌다. '도시어부', '강철부대', '최강야구' 등 새로운 영역의 예능을 개척한 장PD라 해도, '럭비 불모지' 한국에서 럭비 예능을 하는 건 무리수라는 우려였다.

럭비는 야구처럼 프로 리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낚시처럼 대중에게 익숙한 취미도 아니다. 럭비 중계를 보는 사람도 드물다. 하지만 장PD는 마음에 꽂힌 건 무조건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부산 사나이다. 놀라운 추진력으로 넷플릭스와 손잡고 스포츠 서바이벌 예능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최강럭비')를 만들었다.

넷플릭스 ‘최강럭비’는 지난 10일 1~4화를 공개했다. 최종회인 14화(내년 1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 새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 포스코이앤씨, OK 읏맨 럭비단, 국군체육부대, 고려대, 연세대 등 총 7팀이 서바이벌 경기를 치른다. 우승팀에겐 상금 3억원과 금 트로피를 수여한다. 윤도현이 음악감독으로 나섰고, 중계는 ‘최강야구’의 정용검 캐스터와 국내 유일의 국제 심판인 서인수 해설위원이 맡았다.

5일 서울 용산의 한 극장에서 만난 장PD는 “비인기 종목이고 유명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아니지만, 럭비를 주인공으로 진한 감동을 줄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중앙일보

넷플릭스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는 승리의 영광을 위해 온 몸을 던지며 필사의 전진을 이어가는 럭비 선수들의 진짜 승부를 보여주는 스포츠 서바이벌 예능이다. 왼쪽부터 OK 읏맨 럭비단 이용운, 현대글로비스 정연식, 한국전력공사 나관영, 정용검 캐스터, 장시원PD, 최태규PD, 포스코이앤씨 오지명, 고려대학교 김원주, 연세대학교 서우현.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죽거나, 승리하거나



그의 마음에 럭비가 처음 들어온 건 작년 초였다. ‘최강야구’ 시즌1을 마무리한 후 홀로 떠난 일본 삿포로 여행에서 “설원에서 남자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전쟁 같은 장면을 찍으면 멋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런 스포츠로 럭비가 떠올랐다. 그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국내 럭비를 직관하며 확신을 가졌다. 리그 우승상금도 없는데,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온몸을 던져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뭉클함도 느꼈다.

그는 “앞서 성공한 예능 주제인 낚시, 군대, 야구도 처음엔 주변에서 만류했다. 이런저런 상황을 다 따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 나만의 길로 전진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면 사람들은 ‘되는구나’라고 인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꽂히면 돌진하는 장PD의 연출 스타일은 럭비와 닮았다. 럭비는 정규시간 80분 동안 멈추는 법이 없다. 눈비가 와도 그대로 진행되고, 부상 선수가 생겨도 경기는 계속된다. ‘최강럭비’에서도 머리에 피가 나고, 뼈가 부러질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서도 선수들은 팀을 위해 달린다. “아파도 일어나”, “어떻게든 부딪혀야 결과가 나오니까”라며 의지를 불태운다.

원초적인 스포츠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7년 펴낸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던져서라도 난관을 돌파하는 럭비 정신으로 현재의 정신적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중앙일보

넷플릭스 '최강럭비'는 장시원PD의 첫 OTT 예능 진출작이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럭비 정신에 크게 공감한 장PD는 예능이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최강럭비’를 연출했다. 투잡을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정면승부를 피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피해야 할 때도 있고 처세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결국은 전진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가만히 있다간 뒤로 밀리는 게 인생"이라며 "럭비도 살기 위해 전진하는 스포츠다. 럭비 선수들의 열정에 울컥한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쩌다 보니 럭비 중계 1인자



촬영은 올해 4월 열린 ‘코리아 슈퍼럭비리그’에 앞서 한 달 가량 진행됐다. 장PD는 촬영 전 9개월 간 럭비 중계 연구에 매달렸다. 카메라 3대로 하는 럭비 중계 시스템으론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PD는 "총 30명의 선수가 뛰는 모습을 다각도로 담아내야 경기 몰입도가 올라간다"면서 카메라 40대를 투입하고 거치 카메라 100대를 더해 총 140대를 동원했다. 80대의 카메라로 찍는 ‘최강야구’보다 제작비가 더 들었다고 한다. 또 선수 200여명에게 부착할 개별 초소형 마이크를 제작했다.

그는 “선수들 몸싸움에서 나는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뼈와 살이 부딪히는 충격적인 소리를 시청자들도 느끼길 바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넷플릭스 '최강럭비'는 '럭비 불모지'인 열악한 환경에도 럭비를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열정과 진심을 진정성 있게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엔 8개월 간 공을 들였다. 럭비 경기 편집이 처음인 데다, 낯선 룰이어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장PD는 “연출작을 한편 당 20번 넘게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전제작의 장점을 활용해 편집 퀄리티를 최대한 높이려 했다”고 말했다.



“시즌2 욕심 납니다”



혼신을 다해 ‘최강럭비’를 연출한 건 럭비의 부흥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럭비 부흥은 대한럭비협회가 할 일이고, 나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어 보여주는 사람이다. 시즌2에선 트로피를 서로 빼앗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바이벌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중앙일보

'최강럭비'를 연출한 장시원PD는 ″촬영하면서 울컥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구, 럭비에 이어 ‘최강’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3부작 계획도 밝혔다. 장PD는 “다음 스포츠 종목은 미정이지만 마음에 꽂힌 무언가 나타난다면 ‘최강럭비’처럼 돌진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스포츠 예능만 하고 있어서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의외로 감수성이 풍부하다. 다큐멘터리처럼 인간을 깊이있게 탐구할 수 있는 연애 예능을 언젠가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