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으로 거부당했던 이들의 목소리
양곡관리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권혁주
전농 사무총장
“농업 책임지지 않는 국가
쌀값은 임의로 낮추면서
기후 재난 대응도 안 해”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전량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1호 법안이다.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 탄핵이 계엄 때문에 ‘갑자기’ 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권 사무총장은 “계엄을 계기로 촛불이 폭발한 것도 맞지만 지난달부터 퇴진 총궐기를 이어오며 정권의 폭력적인 태도를 규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쌀값을 포함해 농산물 가격을 임의로 낮추고 기후재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농업을 책임지지도, 위기 대응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곡법은 탄핵정국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완화된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정대로라면 이 법안은 17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앞서 여당 의원들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법적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정부가 안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전세사기 특별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위원장
“목소리 들으려는 태도
그 자체가 없었던 정부
지금도 전세사기 여전”
지난 5월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는 개정안을 논의했다. 새로 마련된 법안에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식이 빠지고 피해자가 피해 주택에서 최대 10년간 살 수 있게 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는 ‘불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전세사기 문제는 곧 민생 문제인데, 당시 정쟁으로 거부권이 행사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컸다”며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지난 8월 다시 통과됐다. 안 위원장은 “예전보다 조금 나아졌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탄핵이 된다고 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이 모두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세사기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간호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이제까지 정부 의료정책
당사자들과 논의보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결정”
‘간호법 제정안’ 역시 지난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가로막혔다가 지난 8월 다시 통과됐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 첫발을 뗀 지 19년 만의 일이었다. 간호법에는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정작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법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심화하자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간호법 찬성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때까지 정부의 의료정책은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보다는 사실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송 부위원장은 “간호법 통과 이후 진료지원 인력 시범사업을 정부에서 시행하며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며 “간호법이 통과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정부가 정책 내용을 많이 보완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형수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장
“노동자 권리 투쟁에
‘불법’ 딱지 붙이는 사회
유지될 수 없을 것”
윤 대통령은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 연거푸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정당한 파업을 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노란봉투법 운동에 불을 붙인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이 됐지만, 하청노동자의 삶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올해 한화오션에서만 하청노동자 5명이 세상을 떠났다.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1일까지 21일간 단식 투쟁을 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는 데 대한 항의였다. 사측은 2022년 파업과 관련해 4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 지회장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김 지회장은 “원·하청 차별을 유지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에 ‘불법’ 딱지를 붙이는 사회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다시 노조법 2·3조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4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공정방송 제도들 무너져
이사 추천 다양화했다면
‘파우치 사장’ 안 나왔다”
윤 대통령은 방송4법(방통위설치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모조리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정치권의 입김을 줄이자는 취지의 법안들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에서는 박민·박장범 등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이 사장에 임명되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인기 시사프로그램이 정식 개편 절차 없이 줄줄이 폐지됐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어떤 사장이 오더라도 마음대로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공정방송 제도들이 무너졌다”며 “정치적 후견주의를 덜어내고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다양화했다면 극단적인 사장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던 시민들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이라며 “정부·여당의 입김이 일방적으로 반영되거나, 정치권에 휘둘리는 공영방송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배시은·강한들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해제, 탄핵 순간 사라진 국회의원은 누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