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여의도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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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폭풍으로 사퇴했다. 5개월의 짧은 대표 재임 기간 내내 그는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애초에 여당 대표로서 당정 코드를 맞추면서 대통령과는 차별화한다는 게 불가능한 과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윤석열(친윤)계 중심의 당을 장악하는데도 실패했다. 그는 김건희 리스크, 채 상병 특검법, 명태균 의혹, 대통령 탄핵소추안 등 현안에 오락가락 입장을 바꾸다 일부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시작 때만해도 한 전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지난 7월23일 전당대회에서 무려 62.8%의 득표율로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상대 후보들에 비해 비윤석열계에 가까운 입장을 고수하고도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바탕으로 수평적 당정관계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장악한 당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번번히 당내 반발에 막혀 실패했고, 대외적으로는 ‘간동훈(간보는 한동훈)’ 이미지만 커졌다. 그가 당대표로 출마하며 공약한 채 상병 특검법 발의는 일찌감치 무산됐다. 그는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당내 이견을 좁히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친윤계 설득을 이유로 댔다.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 대해서는 사건 초 강력 대응을 주문했으나 의혹이 확산하자 언급을 자제하는 수준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한 전 대표의 한계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명확히 확인됐다. 그는 비상계엄에는 신속히 반대 입장을 냈지만 이후 탄핵에 대한 입장은 세 차례 뒤집었다. ‘질서있는 조기 퇴진’을 약속하고 위헌 논란이 제기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당정 공동 국정운영 체제를 발표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던 계획은 윤 대통령의 퇴진 거부로 무산됐다. 결국 여론에 밀려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지만 이미 민의라는 명분도 보수층 지지라는 실리도 모두 잃었다. ‘배신자’란 비판을 받으며 물러나게 된 것도 결국은 한 전 대표 본인이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정치에 입문한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친한동훈계 일부가 막판 그에게 등을 돌린 점은 뼈아프다. 그의 당대표 사퇴는 전당대회 러닝메이트였던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의 사퇴가 결정적 원인이었다. 의원총회에서 친윤계의 격한 비판에 대신 맞서줄 의원도 없었다. 친한계가 확고한 지지세력으로 자리 잡기에는 시간도, 스킨십도 부족했다.
다만 한 전 대표가 김건희 리스크 해결을 압박하며 10월 재보궐선거 승리를 이끌어 낸 점은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고한 팬덤도 향후 대권주자로서 행보에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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