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맞아 ‘민생’과 ‘경제’ 챙기기 행보
조기 대선 열리면 ‘대선’과 ‘재선’ 중 하나 선택해야
‘대선’은 가시밭길 예고, ‘재선’은 정국 변수 많아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 사태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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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2025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 대권후보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오 시장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시장임기(2026년 6월까지)에서 미리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되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오 시장에게 ‘대선’과 ‘재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 시장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난 14일 이후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오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나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탄핵안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자신의 소신과 판단에 따라 표결에 임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부역자나 출당을 운운하며 비판하는 것은, 이 어지러운 시국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여당답게 정부와 힘을 모아 국정을 정상화하고,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라며 “여당의 분열은 곧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의 화합을 강조했다.
하루 앞선 지난 15일에도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당은 이 일로 분열하지 말고 다시 뭉쳐 일어서야 한다. 시급한 일은 ‘사회·경제적 안정’”이라고 썼다. 오 시장은 탄핵을 앞둔 지난 12일에는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해야 한다”며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탄핵 국면을 맞은 오 시장의 행보는 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다른 여당 중진들과는 분명 결이 다르다. 지자체장으로서의 입장도 반영된 측면이 있지만 연일 당권 문제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구별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건설분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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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당 문제에 깊이 개입하기보다는 일찌감치 민생 챙기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 10일 자체적으로 ‘비상경제회의’를 긴급 신설해 소상공인, 관광업계, 투자업계, 건설업계 등을 잇달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서울시 차원의 대책을 제시했다. 이날도 건설업계와 만난 회의에서 시가 발주하는 공사의 조기 발주·착공, 건설 노동자 소득지원 방안 등을 공개했다.
오 시장의 행보가 ‘대선’과 ‘재선’을 모두 염두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사회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오 시장이 ‘안정’과 ‘화합’의 강조를 통해 노련한 행정가이자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권 문제에 집착하기보단 민생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대선이든 재선이든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터라 오 시장이 ‘대선’과 ‘재선’을 모두 노리는 것은 어렵게됐다. 당초 비상계엄 사태만 아니었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직 재선에 성공한 뒤 2027년 대권에 도전하는 게 오 시장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오 시장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후 열리는 대선은 ‘보궐선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오 시장이 조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30일 전까지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오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올 경우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누가 나오든 ‘가시밭길’을 걸어야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탄핵 인용 후 현 야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2026년 열리는 지방선거는 새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로 작용한다. 이 경우 선거 시점의 정부(대통령) 및 여당 지지율 등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도 달라지게 돼 변수는 더 많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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