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열어 사과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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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의 1차 출석 요청을 거부한 가운데 과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점을 ‘파면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은 사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수사기관 조사 거부가 파면의 근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겨레가 16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분석한 결과,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검찰·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점을 두고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헌재는 ‘최씨의 국정개입 허용 및 권한남용’이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뒤, 파면 여부에 대한 판단에서 “피청구인은 제기된 의혹 관련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 검찰이나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검찰이나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민에게 공언한 진상규명 협조를 이행하지 않고, 수사기관 조사를 거부한 행위 등에 비춰 ‘헌법 수호 의지가 없어 파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씨가 구속된 다음 날인 2016년 11월3일 대국민 담화를 자처해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검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세 차례 대면조사 요구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 등의 이유로 번번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출범한 특검의 출석 요구를 두고선 ‘조사 날짜가 언론에 유출됐다’는 이유로 재차 조사를 거부했고,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대통령직 파면 이후인 2017년 3월21일에서야 이뤄졌다.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 또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 선포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의 출석 요구는 거부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 변호사는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수사 협조 여부를 헌법 수호 의지와 연결되어있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계속 조사를 거부하면 스스로 파면 사유를 추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조사는 불발됐다. 검찰은 기존에 발부된 구속영장을 근거로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으나, 김 전 장관의 변호인 쪽이 ‘편향적인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반대하면서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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