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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한동훈, 한때 ‘소통령’…계엄 뒤 오락가락 처신, 쫓기듯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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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친윤석열계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하던 중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잠시 눈을 감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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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위대한 이 나라와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다.”



물러나는 순간에도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거듭해 역설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돼 ‘황태자’ 소리까지 들었던 그였지만, 집권당 대표직에 오른 뒤 자신을 발탁한 대통령과 불화하다 끝내 친윤석열계의 전방위 압박에 내쫓기듯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사퇴 기자회견에서 “여전히 (탄핵을 찬성한 일에) 후회하지 않는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하면 보수의 미래가 없다”고 했다. 취임 146일 만이다.



그의 정치 인생 시작은 ‘윤석열’이었다. 2022년 5월, 윤 대통령은 연수원 기수를 7계단이나 건너뛰어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남다른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파격이었다. 장관 시절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대 범죄 혐의자’라 지칭하며 공격했다. 이런 ‘이재명 킬러’의 이미지는 보수층 안에서 그의 인기를 높인 비결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소통령’으로 정치적 자산을 쌓아가던 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중앙 정치무대에 불려나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서 윤 대통령에 의해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검사 장관’이 집권여당의 총선을 진두지휘할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맞서 보수층이 호응하는 ‘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대응했고, 결과는 참패였다.



총선 패배의 이면에는 ‘윤-한 갈등’이 있었다. 총선 전망이 어두워지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을 겨냥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로 응수했다. 가까스로 봉합된 갈등은 7월 한동훈 대표 취임 뒤 더 강해졌다.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논란으로 비화한 ‘명태균 의혹’이 불거졌고, 한 대표는 11월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외연 확장을 노린다는 전략이었지만, 친윤계 의원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한 대표 가족의 연루설이 돈 당원게시판 ‘윤석열 비방 글’ 논란이 터진 것도 이즈음이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윤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대상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미움이 컸다는 증거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한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는 자신의 입지를 더 좁혔다. 지난 6일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불가피론’으로 기운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틀 뒤엔 “질서 있는 퇴진”으로 선회했다. 한덕수 총리와 ‘공동 국정운영’ 방침을 밝힌 뒤엔 ‘대통령 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12일에 다시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사전 소통과 설득이 생략된 ‘일방 선언’은 친한동훈계 의원들마저 결속하는 데 실패했다.



이날 국회를 떠나기 직전 한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한 대표 추후 행보에 대해 한 친한계 의원은 “당대표 때보다 정치적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내쫓기듯 당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대안 부재’인 국민의힘에서 대선 주자로 불려나올 수 있다. 변수는 감정이 격해진 친윤계가 그의 당원권을 정지시키거나 그 이상의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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