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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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백악관 복귀를 한달 남짓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다.
트럼프 1기 정부 출범을 앞둔 2016년 말~2017년 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황교안 대행체제가 들어선 상태였고, 8년이 지난 지금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에 한덕수 대행 체제가 들어선 상황이다. 역사의 도돌이표다.
8년 전에 비해서도 한국은 훨씬 심각한 외교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북핵 능력은 강화되고,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북-러 군사협력이 심화되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도 악화된 상황인데, 트럼프 당선자는 동맹국 수출품에도 10~20% 관세를 부과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 등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 주던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0월 타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과 대화를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알렉스 웡을 국가안보부보좌관으로 지명한 데 이어 14일(현지시각)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를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지명해 북한 업무를 맡겼다. 트럼프 당선자는 12일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개입해서 문제가 복잡해졌지만, 김정은을 잘 알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교 분야의 최우선 순위 과제로 꼽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어도 불안할 상황에서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정상 외교가 사실상 막혀 버렸다는 점이다.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상 차원의 접촉과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런 우려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신 행정부(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정상외교 공백 우려가 불식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원상 복구가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조기 방미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검토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새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사태(12·3 내란 사태)로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데 다소 지장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주미대사를 중심으로 필요한 소통을 해왔고, 네트워크를 풀 가동해서 필요한 동력을 다시 만들고 정책 조율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2017년 황교안 대행체제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이 악화됐고, 트럼프 정부와의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황교안 대행의 무리한 대권 행보를 둘러싼 논란만 커졌다.
국책연구소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헌재 판결과 다음 대선까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외교·안보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둘러싼 미북 협상도 진전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8년 전 권한대행 정부의 문제를 반성하면서 이번 권한대행 체제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고,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도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절제되게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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