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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계엄 틈탄 정치권발 가짜뉴스에...웬만하면 입닫는 대사관들, 앞다퉈 입장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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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국면을 틈타 정치권에서 생성되는 '가짜 뉴스'에 주한 대사관들이 이례적으로 연쇄 입장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요국이 보이콧하기로 했다는 거짓 주장까지 나왔는데, 국익을 스스로 저해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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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야당은 이날 비상계엄 관련 외통위 개의를 요구했으나 간사 합의 불발로 여당과 정부 측이 불참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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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중요 5개국 주한 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APEC을 포함해 국제 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오전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미국 주도의 서방 5개국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의 한국 주재 대사들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APEC 보이콧'을 논의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대사관은 각기 입장을 내고 반박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날 대사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주한 미국 대사관은 외교 대화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김준형 의원이 언론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이라고 주장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라고 밝혔다.

'utterly'같은 외교적으로 좀처럼 쓰지 않는 표현까지 쓰고, 김 의원의 실명까지 명시한 건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골드버그 대사가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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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국대사관의 11일 게시글. 대사관 엑스(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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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대사관에 이어 주한 호주 대사관도 "호주는 2025 APEC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에 참석했으며 앞으로도 한국의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영국 대사관도 "제기된 주장은 부정확(inaccurate)하다"고 지적했다.

또 주한 캐나다 대사관은 12일 "캐나다의 우선순위 사안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대한민국 및 다른 APEC 경제국가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외국 대사관은 통상 대사의 비공개 일정이나 외교적 협의에 대해서는 아예 확인 자체를 하지 않는다. "대사의 일정이나 외교적 논의의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는 '로키'(low-key) 대응을 주로 한다. 그러나 이번에 3개국 대사관이 연달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낸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그만큼 계엄 국면을 틈탄 가짜 뉴스를 경계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의원이 언급한 내년 APEC 정상회의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미·중 정상회담도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다자외교의 큰 장이다. APEC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1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지역경제협력체다. 한국이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건 2005년 이후 20년 만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는 2조원을 웃돌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회에서 "주요국이 APEC을 보이콧하기로 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오는 건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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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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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최근 개최한 APEC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에는 APEC 회원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우리의 2025년 APEC 개최에 대한 지지와 기대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11일 서울에서 열린 ISOM 회의에서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주요 목표를 회원국에 제시하고 분야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계엄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내년에 예정됐던 외교 일정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당장 해가 바뀌자마자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한·미 정상회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추진 등이 숨 가쁘게 돌아가야 하는데 모든 게 사실상 전부 멈춰버렸다"고 우려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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