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황금장갑을 받은 수상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노시환, 김혜성, 구자욱, 홍창기, 오지환, 손아섭, KBO 허구연 총재, 양의지, 박건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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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야구를 결산하는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3일 열린다. 투수와 포수, 지명타자, 1루수, 2루수, 3루수, 유격수(이상 1명), 외야수(3명) 등 8개 부문에서 모두 10명의 수상자가 황금장갑을 거머쥔다.
골든글러브는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만큼 KBO 시상식 가운데 가장 성대하게 펼쳐진다. 10개 구단 감독과 단장 및 입후보한 선수들이 대거 참석하고,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일반 야구팬 350명도 함께한다. 무대는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코엑스 오디토리움으로 KBO 주관 행사를 통틀어 규모로는 으뜸이다.
올해 골든글러브는 포수와 유격수, 외야수 등 격전지가 많아 야구계의 관심이 뜨겁다. 성적만 놓고 보면 표심을 정하기가 쉽지 않아 일각에선 장외 선거전이 벌어질 정도다.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은 페넌트레이스 성적을 기준으로 한다. 투수는 규정이닝(144이닝)을 충족하거나 10승·30세이브·30홀드 이상 중 하나를 기록한 선수, 야수는 해당 수비 포지션에서 720이닝 이상을 채운 선수가 자동으로 입후보된다. 또, 부문별 타이틀 홀더도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시상식이 다가오면서 생기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골든글러브 투표 기간이다. KBO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방송 중계팀, 해설위원, 아나운서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상대로 온라인 투표를 취합했다.
문제는 골든글러브 투표 시점이 페넌트레이스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지난 10월 1일 끝났다. 투표 기간과 두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사이 다른 경기가 없다면 그나마 공정성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10월 2일 개막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를 모두 소화했다. 우승이 가려진 한국시리즈 5차전 날짜는 골든글러브 투표 전인 10월 28일이었다. 후보 자격 기준에도 없는 가을야구가 투표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KIA 김도영이 지난달 26일 프로야구 MVP를 수상한 뒤 터진 축포 소리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MVP와 신인상은 골든글러브와 달리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다음날 투표가 진행됐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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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MVP와 신인상을 뽑는 KBO 시상식 투표 기간과 비교하면 골든글러브에는 더욱 큰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이 두 부문 투표는 KBO가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바로 다음날인 10월 2일 진행했다. MVP와 신인상 역시 정규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하지만, 곧장 투표를 마쳐 가을야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또 다른 변수도 있었다. 바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다. KBO리거 28명으로 꾸려진 대표팀은 지난달 13일부터 18일까지 대만에서 5경기를 치렀다.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골든글러브 후보들 가운데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선수들은 투표인단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프리미어12 국가대표 28명 중에서 황금장갑 후보로 이름을 올린 선수는 모두 17명이었다.
2001년 열린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황금장갑을 받은 수상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준혁, 이병규, 김한수, 안경현, 신윤호, 심재학, 홍성흔, 박진만, 정수근, 이승엽.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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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프리미엄과 더불어 태극마크 이점까지 보태지면서 골든글러브 선정 잣대가 흔들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이 사이 특정 후보를 응원하는 유·무형의 장외 선거전까지 벌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매년 생기는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고 수상자 선정의 공정성을 높이려면 골든글러브 투표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포지션별 후보를 추리는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최소한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 전에라도 골든글러브 투표는 끝내야 형평성을 지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KBO 관계자는 “한국야구기자회와 지역매체 소속 기자들이 선정하는 MVP와 신인상은 과거에도 바로 투표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탈락팀의 후보가 불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면서 2012년부터 최종전 직후 투표를 마쳤다”면서 “이와 달리 골든글러브는 후보자들이 많아 개별 기록을 추리는 시간이 일부 필요하다. 또, 포지션별 경쟁이 있어 가을야구 활약 주목도가 MVP 및 신인상과 비교해 낮다고 판단해 투표 시점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공정성 확보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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