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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공포의 학폭 못 견디고 동창 살해한 10대 "정당방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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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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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말살 수준의 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한 동창생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10대 측이 항소심에서 정당방위라며 형 면제를 주장했다.

11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 민지현) 심리로 열린 A군(19)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A군의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이 죽어야 끝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A군이 중학교 동창생 B군(19)로부터 극심한 가혹행위를 당해 살해에 이르렀다는 취지다.

이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A군을 무료로 변호하겠다고 나선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박현주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비전 김서현 변호사는 사건 수사부터 1심 판결 과정까지의 문제점을 일일이 짚었다.

두 변호인은 "A군이 B군 등에 의해 3시간 가까이 생지옥 같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중증 지적장애로 인한 정신과 처방 약을 복용 중인 상태에서 강제로 소주 2병을 주입 당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정당방위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1심은 A군이 사건 경위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한 점을 근거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심신상실은 아니더라도 심신미약에는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A군으로선 그 자리에서 죽느냐, 이 자리에서 재판받느냐 하는 선택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며 "최소한 형 면제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A군이 수사기관에서 살해할 고의를 가지고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조사를 거듭하면서 주장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발달장애 전문가에 의한 조사를 받아봐야 한다면서다.

변호인들은 A군이 수사부터 1심 판결까지 변호인의 조력을 거의 받지 못한 점도 문제 삼았다. A군이 구속된 이후 그의 아버지가 사선 변호사를 선임했음에도 해당 변호사가 A군을 접견하거나 법정에 출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데다, 복대리로 보이는 변호사는 법정에는 출석하고도 서면 하나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은 '소송대리'가 아닌 '변호인' 개념이므로 복대리가 불가능하지만 검찰도, 1심 법원도 이를 간과하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다면서 "A군이 실질적으로 조력 받을 헌법상 권리가 침해됐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5일 재판을 한 차례 더 열어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A군은 지난 4월 14일 오전 2시 30분쯤 B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길에서 중학교 동창인 A군을 우연히 만나면 이유 없이 때리고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였다.

조사 결과 사건 당시에도 B군은 A군에게 가혹행위를 가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약 3시간 전인 13일 오후 11시 40분쯤 A군이 사는 삼척시 한 아파트로 B군과 C군(19)이 찾아온 이후 B군은 A군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라이터를 이용해 얼굴 부위를 다치게 했다.

B군은 A군이 옷을 벗게 한 뒤 자위행위를 시킨 데다 스스로 신체를 학대하는 행위를 강요했고, 강제로 술도 먹였다. 결국 A군은 옆방에 물건을 가지러 가게 된 틈을 타 주방에 있던 흉기로 B군을 찔러 살해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군이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과 사건 당시 약 3시간에 걸쳐 가혹행위를 당한 점을 참작해 징역 장기 5년에 단기 3년의 실형을 내렸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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