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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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강 작가는 11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쓸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반복되는 폭력이 초래하는 좌절과 ‘연결’의 어려움에 관해 묻자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거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10일(현지 시간) 열린 노벨상 연회에서도 그는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라며 문학의 ‘연결’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를 두고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는 많은 독자가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이날 “많은 독자가 읽게 된 지금, 작품이 완성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라면서 “이 책을 쓸 때 아주 많은 동기가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는 광주를 이해하는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먼저 읽으면 좋을지를 묻는 말에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벨문학상 수상이 작가로서의 삶에 미친 영향을 묻자 “강연문을 썼어야 했기 때문에 과거를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면서 나의 좌표를 알게 됐다”라며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알았으니 앞으로 가게 될 방향에 대해 생각했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의미가 컸다”라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곳곳에서 기념사업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서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이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싶다면 제 책을 읽어주시는 게 가장 좋다”라며 “어떤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가닿기를 원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다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까 그걸 읽으시는 게 가장 본질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바라는 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번역가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현재 한강 작가의 책은 약 29개의 언어로 50여 명의 번역가들에 의해 번역되고 있다. 한 작가는 애초 노벨상 연회의 짧은 연설에서 번역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 했으나 분량 관계상 해당 내용을 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50여 명의 번역가 중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라며 “(연설문 원안에는)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있는 것이다. 문장마다 함께 있고 모든 문장 속에 함께 있다’라는 이야기를 담았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일정이 마무리되면 일상으로 돌아가 신작을 집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한 작가는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은 세 번째 작품 ‘눈 3부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눈’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 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일들이 끝나면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쓰려고 했던 눈 3부작도 마무리하고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책도 쓰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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