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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애벌레가 미세 플라스틱 먹고… 수상 드론이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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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감축 방법 잇달아 내놓아

성인 10명 가운데 9명 비율로 미세 플라스틱이 혈액에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 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5㎜ 정도로, 폐플라스틱·비닐·합성섬유가 마모·분해되거나 잘게 부서진 것이 대부분이다. 인하대 병원과 한국분석과학연구소 등 공동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 36명 중 32명(88.9%)의 혈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비영리 단체 ‘더 오션 클린업’은 2015~2022년 북태평양 특정 지점의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추적 조사한 결과, 1㎢당 플라스틱 조각의 무게가 2.9㎏에서 14.2㎏으로 7년 사이에 7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경고가 확산하는 가운데 과학계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방법을 내놓고 있다. 벌레·곰팡이·박테리아 등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을 비롯해 물리적·화학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시도 중이다.

◇플라스틱 먹어치우는 벌레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를 통해 갈색저거리애벌레(밀웜)가 극단적 굶주림이 아닌 상황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섭취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밀웜에게 플라스틱을 먹여보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으나, 비현실적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어서 상용화는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컨대 앞선 연구에서는 5일 이상 아무런 먹이를 주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 플라스틱을 먹도록 하는 식의 실험이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이에 비해 이번 연구진은 가장 일반적인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폴리프로필렌과 폴리락트산으로 만들어진 의료용 마스크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한 후, 곡식과 섞어 밀웜에게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분석 결과, 밀웜은 일반적 먹이와 마찬가지로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밀웜은 주어진 미세 플라스틱의 50%가량을 먹어치웠다. 이로 인해 밀웜이 죽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플라스틱 섭취가 밀웜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부식시키는 박테리아와 곰팡이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지난 10일 미국화학회(ACS) 학술지 ‘환경 과학 및 기술’에 강과 폐수의 플라스틱 표면에서 발견되는 코마모나스 박테리아가 미세 플라스틱을 원료 물질 상태로 분해해 먹이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또 독일 라이프니츠 민물 생태학 및 내륙 수산업 연구소는 지난 8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곰팡이 균주 18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공개한 곰팡이는 독일 북동부 슈테클린 호수에서 발견됐는데, 플라스틱만 먹으면서도 번성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하수 관리 시설처럼 통제된 폐기 관리 시설에 곰팡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법과 더불어 플라스틱 제조 자체를 줄이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톱니바퀴로 걸러내거나 화학 처리로 변환

물리적 방법으로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극한소재연구센터 연구진은 지난달 톱니바퀴로 물속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있는 수상 드론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필터를 활용해 물을 거르는 종전 기술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미세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걸러 내기 어렵고, 필터 자체도 쉽게 막히는 문제가 있었다”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진이 선보인 수상 드론은 물 위를 오가며 친수(親水)성 톱니바퀴를 작동시킨다. 물의 표면장력을 극대화해 물 속 미세 플라스틱을 톱니바퀴에 부착하는 방식이다. 1㎛에서 4㎜까지 다양한 미세 플라스틱을 걸러낸다. 이번 기술은 수상 드론뿐 아니라 양식장 수처리 필터 등으로 고정해 사용할 수도 있다.

버지니아 공대 연구진은 지난달 열·화학 처리를 통해 폐 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 등의 플라스틱을 섭씨 650~750도로 가열한 후 가스 상태가 된 플라스틱은 포집해 연료로 활용하고, 고체 잔류물은 화학 처리를 통해 비누·세제 등으로 쓸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은 쓸모가 많지만, ‘플라스틱 위기’를 완전히 해결할 정도는 아니다”며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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