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주범, 2심도 징역 23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약 음료’ 배포를 지시한 주범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11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책 이모(27)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이씨는 2022년부터 중국에 머무르며 공범들에게 마약 음료 제조와 배포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가 담긴 병 수백개를 제조하고 배포하도록 범행을 설계했다.

이씨 일당은 작년 4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라며 시음 행사를 진행한다고 속여 미성년 학생 13명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줬다. 음료를 받은 학생 중 9명이 마셨고, 이들 중 6명은 환각 증상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씨 일당은 학생들에게 이름과 부모 연락처 등을 받은 뒤 “자녀가 필로폰이 든 음료를 마셨다. 경찰에 신고하면 일이 커지니 1억원을 준비하라”고 협박했지만 돈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하면서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삼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다음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범행으로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질책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중국에 머무르던 이씨는 사건 작년 5월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현지 공안에 의해 검거돼 그해 12월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먼저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27)씨는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다른 공범 3명에게는 징역 7∼10년이 선고됐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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