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으로 부서진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실 창문을 들여다 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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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3분 비상계엄’에 4일 온종일 침묵을 유지한 가운데, 이날 오후 “비상계엄이 헌법적 틀 안에서 엄격하게 이뤄졌다”는 대통령실 설명을 전하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은 대통령실이, 외신들의 문의엔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폭발하는 하야 요구 등에 선을 그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비상계엄 사태를 보도하며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가 ‘비상계엄을 한 게 무리였고, 비상계엄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헌법적 틀 안에서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계엄이 야간에 이루어졌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에 전격적으로 선포했다가 153분 만에 국회에서 사실상 ‘진압’된 비상계엄이 헌법이 정한 계엄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보인 반응이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과 법학자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상황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위헌·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권한의 정상적인 행사라는 이 설명이, 한국 정치 상황에 생소할 수 있는 외신의 문의가 거듭되자 이해를 도우려고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직접적으로 관련된 국내 언론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외신에 이런 반박을 내놓은 건 쏟아지는 하야 요구나 탄핵 여론에 거리를 둔 채 ‘버티기’에 들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나경원·김기현 의원 등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1시간 넘게 만났다. 이 자리에선 한 대표가 요구한 내각 총사퇴와 윤 대통령 탈당 등 수습책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동 종료 1시간여가 지난 저녁 7시40분 현재 한 총리, 국민의힘, 대통령실 모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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