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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한국경제 대외신인도 ‘내상’…외국인 투자자 이탈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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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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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로 새벽까지 금융시장에 일었던 ‘패닉’은 계엄의 해제와 함께 ‘불안’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큰 상처를 입혔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 대응으로 4일 금융시장에서 환율 상승폭과 주가 하락폭은 제한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동안 상처가 덧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서울 주식시장에서 422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전날, 8월16일 이후 최대인 796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바 있다. 이제 순매수로 태도를 본격 전환할 것이란 기대는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이에 코스피지수가 1.44%(36.1) 떨어져 2464.0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1.98%(13.65) 떨어져 677.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밤부터 이어진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 해제라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핵심 지표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흐름이다.



이날 주가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던 것은 이미 너무 큰 폭으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들이 그동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사들여오던 은행 주식을 2500억원어치나 내다팔았다. 다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불길한 신호다.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시장에서도 22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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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4일 오전 2시까지 이어진 야간 거래에서 한때 1441.0원까지 급등했다가 1425원에 거래를 마쳤다. 4일 주간 거래에선 1418.8원까지 올랐다가 141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상목 부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연 뒤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 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힌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던진 충격파가 좀 더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본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빠른 시일 안에 정치적 안정이 이뤄지기 어려워, 환율 불안 경로가 계속 작동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시장보고서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국 거버넌스(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라며 “향후 정치 불확실성 확대 또는 북한 도발 등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불안이 확대될 때마다 원화의 민감도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뚜렷한 (원화 가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감독원 핵심 당국자는 ‘시장이 예상보다 안정적이었다’란 평가에 대해 “너무 다행스럽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안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선 대한항공(-3.51%), 하나투어(-3.06%), 강원랜드(-6.25%) 등 여행 관련주들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영국이 우리나라를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고, 미국이 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하는 등 여러 나라가 한국 여행에 우려를 표시한 데 따른 반응이다. 국가 이미지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정남구 노지원 조해영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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