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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김건희 방탄’ ‘명태균 입틀막’…계엄 밀어붙인 이유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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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김건희 여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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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심야에 전격적으로 선포했다가 153분 만에 사실상 ‘진압’된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해’라는 해석이 압도적이다. 야당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이를 넘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요건도 절차도 무시한 비상계엄을 무턱대고 선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유력한 해석 가운데 하나는 ‘김건희 방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세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은 오는 10일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찬반 여부에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면서 여당의 이탈표가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렇잖아도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는 ‘성역’이나 마찬가지여서 야당의 거듭된 김 여사 비판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곤 했는데, 자칫하면 여당의 ‘협조’로 특검이 현실화할 여지가 생기자 무리수를 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8월부터 계엄설을 주장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정 질서를 무너뜨려서라도 김건희 특검을 저지하겠다는 광적 집착이 낳은 상황이 결국 왔다”고 주장했다.



4일은 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날이어서, 윤 대통령이 이를 막으려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민주당이 검찰 등의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도 윤 대통령을 자극했을 수 있다. 20% 안팎 지지율의 윤 대통령에게 남은 사실상의 국정운영 동력은 사정기관뿐인데, 야당이 이들의 활동에 제동을 걸려고 하자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전날 긴급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라고 민주당에 잔뜩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전날 구속기소되고, 그가 특검을 요구하는 등 추가 폭로 가능성이 커지자 계엄을 선포했다는 관측도 있다. 명씨 변호인은 이날 “휴대전화 관련 명씨의 여러 발언, 구속기소 당일 특검 요구 발언, 그리고 검찰의 ‘증거은닉 교사’ 혐의 적용 등이 윤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명씨는 앞서 “내가 구속되면 한달 안에 정권이 무너진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특히 명씨는 기소 전 변호인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할 때 사용한 휴대전화를 야당 등에 넘길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방아쇠’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씨가) 특검을 하자는 것은 사실상 본인이 갖고 있는 자료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표현 아니냐”며 “그런 첩보를 혹시 대통령이 입수하고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버티지 못하겠구나, 이런 판단을 한 게 아닌가 이렇게 인식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평소 자주 ‘격노’를 쏟아내는 그의 성정과 ‘권위주의 검사 리더십’도 계엄 선포 감행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기 전반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스타일 때문인지 수시로 일대일 보고를 받고, 불호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시스템이나 조직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준 최상원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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