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튿날인 4일 자정께 특공대원들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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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내란죄 수사기관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존 판례 등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의 내란죄 기소 요건은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소추 특권이 있는 대통령이라도 내란 범죄의 경우 수사·기소가 가능하다.
내란죄는 형법(제87조)에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야당은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 요건 및 절차를 무시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을 충족한다고 본다. 형법(제91조)은 국헌문란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법률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헌법학계에서는 공공 안녕질서 유지를 위한 계엄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쓰일 때 ‘권력자에 의한 내란’(정상익 ‘반역과 내란의 의미와 적용에 관한 연구’)으로 본다. 내란으로 인한 국가 위기 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인데, 이와는 반대로 권력자가 계엄을 이용해 권력 유지 목적의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전두환 신군부의 5·18 내란이 전형적 사례다.
1997년 대법원은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사건에서 비상계엄 전국 확대 과정의 내란죄를 인정하며 ‘국헌문란 목적’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를 남겼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 국무회의장에 소총 등으로 무장한 수도경비사령부 병력을 배치했다. 또 무장한 33사단 병력을 국회의사당에 배치한 뒤 의사당을 점거·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통제했다.
신군부 세력의 비상계엄 확대 선포 과정과 국회 봉쇄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4일 새벽 상황과 유사하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는 경찰을 동원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계엄 해제 요구결의라는 헌법상 국회 기능을 수행하려는 국회의원들 출입을 통제했다. 통제 전 또는 어렵게 봉쇄를 뚫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을 처리하려 하자, 총기 등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 수백명이 국회 본관 안팎에 투입됐다. 일부 공수부대원은 창문을 깨고 본관에 난입했다.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 계엄군에 의한 국회 봉쇄에 대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해당 기관을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닌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일시적으로 봉쇄·통제하는 것도 내란죄의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내란죄 성립은 국헌문란 목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다.
3∼4일 150분간 이뤄진 국회 봉쇄 및 무장병력 난입 시도는 헌법기관인 국회의 헌법상 권능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군헌문란 목적 판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또 내란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협박’ 역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면 충분하다며 “당시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3일 밤 11시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영장 없이 체포·구금 및 처단’ 등 국민 기본권을 박탈하는 계엄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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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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