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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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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서울의 봄’을 패러디한 포스터 밈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가 국회에 난입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영화 ‘서울의 봄’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올라가고, 재개봉 요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은 군 내 사조직 하나회 멤버들과 쿠데타를 준비해온 전두환(극중 이름 전두광)이 1979년 12월12일 군사반란을 밀어붙이는 7시간의 기록을 긴박하게 그려낸 영화다.



이 영화가 소환된 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뒤 국회에 헬기가 착륙하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문을 부수고 난입하는 등 2024년의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풍경이 영화 장면들과 겹쳐 보인 탓이다. ‘서울의 봄’에서는 전두광의 최측근인 노태건 제9보병사단장을 비롯해 쿠데타를 함께 모의한 군 수뇌부가 탱크와 장갑차 등을 몰고 청와대가 위치한 광화문으로 모인다. 실제로 3일 밤 국회 상공에 헬기가 뜬 동영상이 공개됐다. 에스엔에스(SNS)에서는 서울 시내 곳곳에 장갑차가 출몰했다는,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목격담과 함께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 아닙니까” 같은 영화 ‘서울의 봄’의 명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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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성공한 쿠데타와 달리 계엄령 선포 2시간반 만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자, 영화와 현실의 계엄 사태를 비교하며 패러디한 밈들도 양산되고 있다. ‘서울의 봄’ 포스터 속 전두광을 윤 대통령 얼굴로 바꿔놓은 패러디 포스터, 배우 정우성이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친자 관련 발언을 한 것을 보고 영화 ‘서울의 봄’을 알게 된 윤 대통령이 영화를 보고 계엄을 ‘질렀다’는 조롱 어린 해설 등이 화제를 낳고 있다.



영화에서 전두광과 함께 부각된 건 전두환과 쿠데타를 모의한 하나회다. 노태우(극중 이름 노태건)를 비롯해, 장세동(극중 이름 장민기), 허화평(극중 이름 문일평), 허삼수(극중 이름 하창수) 등 군 요직을 꿰찬 하나회 멤버들은 전두환의 집과 술집 등에서 친목을 빙자한 쿠데타 논의를 하면서 면밀하게 12·12사태의 얼개를 그려나갔다. 3일 밤 계엄 선포를 물밑 조정한 세력으로 지목받는 건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문인 ‘충암파’다.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고, 충암고 후배인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이 함께 논의했을 것이라는 추측 기사들도 나오고 있다.



영화에서 박정희가 암살된 10·26사태 이후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정승화(극중 이름 정상호) 육군참모총장은 쿠데타 세력에게 제압당하면서 무릎 꿇었다. 상영시간 150여분짜리 영화 ‘2024 12·3 비상계엄령’에서 계엄 선포는 국회의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해제 표결과 국회로 달려간 민심의 힘으로 무릎 꿇었다. 때로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결말을 선물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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