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대전의 한 시민단체 회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는 국회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채팅창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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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3일 밤 10시28분 대전의 한 상가, 와이티엔(YTN) 뉴스로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중 긴급담화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표정이 잠시 멈추더니 “뭐야? 미친×” 한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친 줄은 알았지만 진짜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경악했다. 오원관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집행위원장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 야당이 탄핵한다니까 대통령이 자신과 김건희 지키려고 계엄령 하는 거 아니냐”며 “기가 막힌다. 미친×은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딩동~띵동~”(부르르) 쉴 새 없이 휴대전화가 울리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엄령 선포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태가 궁금한 이들이 이리저리 텔레비전 채널을 돌렸지만 윤 대통령의 담화가 급박하게 이뤄진 탓인지 계엄을 보도하는 다른 매체는 없었다.
30분 안팎 시간이 지나자 시민단체들은 회원 공유방을 통해 상황을 전파했다. ‘현재 상황을 공유합니다. 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국회 긴급소집 중이며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계엄해제 의결을 저지시키는 의도도 있을 듯하여…국회로 모여달라고 하는 중이랍니다’
3일 밤 대전의 한 시민단체 회원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국회 상공으로 헬기가 투입되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채팅창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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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연합이 띄운 국회 사진은 경찰과 국회의원·보좌관·시민 등이 출입문에서 몸싸움하는 모습이었다. 채팅 창에는 “진짜 계엄령이 내려진 거냐”, “벌써 군·경이 배치된 거냐”하는 우려가 잇따랐다. 이어 “지금 계엄령을 무력화하는 방법은 국회 의결이다. 국회를 지켜야 한다”는 결의가 이어졌다. 박아무개 노무사는 “군부독재 시절에도 이러진 않았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유방에 계엄군이 탄 것으로 보이는 헬기와 장갑차 사진이 뜨자 긴장감은 점점 커졌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장갑차 사진은 지난 국군의 날 당시 촬영한 것이랍니다. 가짜뉴스를 골라내야 합니다’라고 공지했다.
자정이 되자 ‘시민이 국회 앞에 모여 계엄해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의도에 군용 헬기가 출현했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국회 상황을 생방송하는 유튜브 중계 주소들도 공유됐다. 경찰과 시민 대치 상황은 무장한 군인들이 등장하면서 군인과 시민 대치로 바뀌었다. “장난 아니다. 다치면 걷잡을 수 없는데…” 우려가 터져 나왔다. “계엄철폐, 독재타도” 구호는 4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 싶었다.
밤 12시17분 ‘헌정 질서 파괴와 권력 남용, 좌시하지 않는다’ 제하의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성명이 배포됐다. 이즈음 포탈 검색이 막히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들은 활동지침을 알렸다. 만약 계엄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화를 지울 수 있는 대화 프로그램 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어렵지만 팩트 체크해 가짜뉴스를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또 계엄사령관이 포고령을 발표한 만큼 안전에 유의하고 상비약도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대전시청, 경찰관서 등의 출입이 통제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충남경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총경은 “본청장이 비상근무령을 내려 청으로 가고 있다. 비상소집은 계장급(경정) 이상”이라며 “비상계엄령에 관한 경찰의 자체 매뉴얼은 없다. 군 병력이 온다는 말도 듣지 못했지만…이건 (대통령이)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충남도청의 중견급 간부공무원도 “처음에는 계엄령이 농담인 줄 알았다. 도청에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집을 나서긴 했는데…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상시국회의를 중심으로 한 지역 민주인사들은 대전 빈들교회에 모여 심야 대책회의를 했다. 이어 ‘반헌법적 폭거,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운동본부 긴급행동’ 단체 이름으로 4일 오전 선전전, 오후 기자회견과 집회 일정이 공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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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1분 국회는 계엄해제를 의결했다.
평소 윤 대통령과 친분이 남다르다고 밝혀온 김태흠 충남지사는 새벽 2시44분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만큼 헌법 절차에 준수해 사회질서유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계엄령 선포 6시간만인 4일 새벽4시27분 윤 대통령은 계엄령 철회를 밝혔다.
반헌법적 폭거,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운동본부 긴급행동이 4일 오전 8시 대전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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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8시 대전시민단체들은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 네거리에서 손팻말 등을 들고 “불법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퇴진”을 촉구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명백히 위반한 초헌법적 권한 남용”이라며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반헌법적 행위를 한 것이므로 윤 대통령을 신속하게 탄핵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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