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비롯 위원들 우려 표했으나 尹은 강행
'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심의 사항... 의결 불필요
지난 10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호국영웅 및 유족들과 함께 행진을 지켜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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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소집한 긴급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다수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아랑곳 않고 계엄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용산 대통령실으로 오라'는 연락이 전달된 건 전날 오후 늦은 시간이다. 참석자들도 현장에 도착해서야 계엄 선포안을 심의에 부치기 위한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통상 국무회의에는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배석하는데 이날 긴급 국무회의는 별도의 배석자 없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배석자는 한국일보에 "소집 연락도 못 받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은밀한 모임이었다는 뜻이다.
주요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모이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국무회의 개의를 위해선 구성원 과반이 출석해야 한다. 국무위원은 대통령(의장), 국무총리(부의장), 각 부 장관 19명 등 총 21명(단, 여성가족부 장관은 공석)이다. 대통령과 총리를 제외하고 최소 9명의 위원이 참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의사정족수는 채워진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계엄 선포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국무위원은 △최상목 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나머지는 불참하거나 참석 여부에 대한 확답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향후 정족수 미달 사실이 드러나면 심각한 절차상 하자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사전 국무회의 참석자 대다수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침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 2인자'인 한 총리 역시 계엄에 강한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다만 완고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헌법과 계엄법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계엄 선포는 별도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다 보니 국무위원들으로서는 반대 의사는 표명할 수 있어도, 실효성 있게 계엄 선포를 막을 카드는 마땅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끝내 윤 대통령은 오후 10시 23분부터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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