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3분기 가계동향
전체 가계 주머니 사정이 다소 나아졌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 온도 차가 심하다. 특히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내수(국내 소비) 부진의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내린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4.4% 늘었다. 항목별로 근로소득(332만900원)이 취업자 증가와 임금 상승의 영향으로 3.3%, 이전소득(78만4000원)이 국민·기초연금 수급액, 부모급여 인상 등에 따라 7.7% 늘며 소득 증가세를 견인했다.
물가 상승률까지 반영해 실제 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는 실질소득도 1년 전보다 2.3% 늘었다. 실질소득은 올해 1분기 1.6% 줄었다가 2분기(0.8%) 반등한 뒤 2분기 연속 증가세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연초까지 고물가로 1분기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최근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며 플러스(+) 추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소득보다 씀씀이 증가 폭이 작아진 덕분이다. 3분기 지출은 39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7% 늘었다. 8분기 연속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넘어서다 이번에 처음 뒤집혔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주머니를 열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월세와 공공요금이 오른 영향을 받아 주거·수도·광열(12.6%) 지출이 많이 증가했다. 세금과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非)소비지출’은 106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다.
통계 곳곳에서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내수 침체 영향을 받은 흔적이 드러났다. 우선 ‘적자 가구’ 비율은 23.7%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적자 상태란 의미다. 1년 전보다 0.9%포인트 줄었다. 적자 가구란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보다 소비 지출이 많은 가구를 말한다. 하지만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적자 가구 비율이 7.1%인데 비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54.8%에 달했다.
사업소득도 3분기에 0.5% 늘었지만, 실질 사업소득은 1.7% 줄었다. 2분기(-1.3%)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자영업자가 사업을 통해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이 뒷걸음쳤다는 의미다.
소득 수준별 온도 차도 감지됐다.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8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5.4% 늘었다. 기초생활보장 강화 등으로 이전소득(10.4%)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런데 근로·사업소득은 각각 3.4%, 8.6% 감소했다. 정부가 쥐여주는 돈 말고는 벌이가 줄었다는 얘기다. 반면 5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154만3000원으로 같은 기간 6.5% 늘었다.
빈부 격차 수준을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9배로 지난해 2분기(5.55배) 대비 소폭 올랐다. 5분위 배율이 늘어나면 1분위와 5분위 격차가 커졌다는 의미다. 5분위 배율이 2분기 연속 악화한 건 2022년 2~3분기 이후 처음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를 살리려고) 기준금리까지 내린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자영업자·저소득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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