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 인력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24일까지 계엄을 논의한 국무회의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을 두고 정치권의 ‘침대 축구’가 시작됐다. 사법부 판단에 둘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에서 각자 유리한 대로 이를 늦추려 양측과 정치권 모두 각종 '꼼수'를 쓰고 있다.
━
尹은 헌재 서류 안 받아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보낸 서류를 안 받고 있다. 헌재는 18일 “수명재판관(증거 조사 등을 담당하는 재판관)이 17일 윤 대통령에게 24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준비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재는 전날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는 서류를 대통령비서실에 전자송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수령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이날 다시 우편으로 보냈다. 헌재는 지난 16일과 17일 탄핵소추 의결서 등도 인편과 등기를 통해 대통령비서실과 관저에 보냈지만 ‘수취인 부재’ 등의 이유로 배달 못 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 지지층의 지지를 더 끌어내고, 탄핵 심리를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탄핵 심판 지연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18일 이후로 탄핵 선고를 늦추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이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임명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탄핵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인용되는 만큼, 재판관이 적은 게 윤 대통령에겐 유리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헌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비롯한 주요 사건을 대통령 탄핵 사건보다 우선적으로 심리하거나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교체된 박지원 위원장의 주재로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임명할 수 없다며 당초 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돼 있던 정점식 의원을 비롯해 회의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與는 헌법재판관 청문특위 불참
여당도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이 대표적이다. 현재 헌법재판관은 3명 공석인 6명으로, 1명만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도 탄핵소추는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기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18일 처음 열렸지만, 여당은 불참했다.
결국 인사청문특위는 야당만 참석한 채 오는 23일 마은혁·정계선 재판관 후보자, 24일 조한창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특위 위원장에 선출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조속히 해 헌법재판소를 9인 체제로 만들어 탄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
李는 ‘재판 미루기’ 전략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빠른 진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재판에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불법 대북 송금’ 재판의 법관 기피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관 기피 신청이 제기되면 통상 재판은 2~3개월 늦어진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수원지법에서 재판하는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옮겨달라고도 신청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기소됐지만, 공판준비기일만 네 차례 열었을 뿐 본격적인 재판은 시작도 못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선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아직 받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이 두 차례 서류를 보냈지만 송달에 실패했고, 이후 법원 집행관이 직접 서류를 전달하는 '집행관 송달' 절차에 착수해 국회 의원회관의 이 대표 방에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소송기록 통지서는 수령 후 피고인이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재판 개시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1심 법원이 보낸 항소장 접수통지 서류도 이 대표에게 전달이 안 돼 결국 '공시 송달' 처리하기도 했다. 일정 기간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의 이런 전략은 조기 대선 가능성과 관련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 사건은 헌재 사건 접수 후 최대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90여일 걸렸다.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차기 대선은 탄핵 선고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이를 준용하면 내년 5월 중 대선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3개월)에 따르면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최종 판결은 내년 5월까지 나와야 한다. 만약 1심 판결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이 대표 입장에선 ‘침대 축구’로 자신의 재판 최종 선고를 대선 이후로 미뤄야 차기 대선에 나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2심 재판을 원칙대로 2월15일까지 끝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윤성민·김정연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