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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세계 5번째 긴 ‘해저터널 특수’ 극과 극…보령 ‘북적’, 태안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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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해저터널 미디어아트형 경관조명, 터널을 지나는 차량 위로 고래들이 헤엄치는 영상이 펼쳐지고 있다. 보령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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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볼 게 있어야 오지 않겄어? 우리도 모임 하려면 대천 가는구만.”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19일 오후 충남 태안군 고남면 안면도 영목항을 찾았다. 몇집 없는 식당은 인적이 끊겼고, 상가 앞 주차장은 작은 어선 두척이 자리 잡고 있을 뿐 텅 비어 을씨년스러웠다.



편용운 고남2리 노인회장은 항구 오른쪽 위로 지나는 원산안면대교를 가리키며 “저거 먼저 만들고 나중에 원산도 해저터널을 뚫어 보령~해저터널~원산도~태안을 잇는 국도 77호선이 2021년 11월에 개통됐다. 관광차들이 막 들어왔다”며 “안면도 사람들은 먹고살 길 열렸다고 좋아했지. 그런데 딱 1년 반쯤 지나 방문객들이 줄더니 지난해 말부터 발길이 딱 끊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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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충남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에서 편용운 고남2리 노인회장(왼쪽)과 신창성 신진수산회센터 사장이 국가항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뒤로 보이는 슈퍼와 오른쪽 건물 두채는 빚을 못 갚아 경매로 팔렸으나 방치되고 있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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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성 신진수산회센터 사장은 “전망대가 문 열었지만 원산도 쪽에서 오면 77호선 도로 왼쪽이고 영목항은 오른쪽으로 돌아들어 와야 해 전망대 방문객들도 오기 힘들다”며 “상가 가운데 폐업한 건물 세채가 경매에 넘어간 뒤 방치돼 영목항이 흉물처럼 보인다”고 손가락질했다.



도로를 따라 태안읍으로 가는 내내 길가에는 ‘황토 고구마 판매’란 글귀 외에 별다른 지역 상품 판매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관광 데이터랩(datalab.visitkorea.or.kr)을 보면, 태안 방문객 수는 2021년 1646만명, 국도 77호선 개통 뒤인 2022년 1811만명, 지난해 1775만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보령과 해저터널, 안면도와 다리로 각각 이어지면서 국도 77호선 개통 구간의 최대 수혜지로 꼽혔던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선착장 앞 편의점 두곳과 식당들은 문만 열었을 뿐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낚시 시즌이 끝물이어서 한가하다”고 전했다.



보령시 원산도출장소가 집계한 연 방문객은 2021년 1만8천명에서 도로가 개통한 2022년 114만명, 지난해 90만명이었다. 최중진 원산도명가식당 사장은 “섬에 제대로 된 숙박시설·관광지가 없다 보니 대부분 잠깐 들렀다 간다”며 “대명리조트가 개발 계획을 밝혔지만 언제 착공할지 모른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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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구광장은 쌀쌀한 평일 오전인데도 관광객이 적지 않았다.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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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날 오전, 보령 대천해수욕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해변가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많았다. 관광객들은 해변을 따라 먹거리·놀거리가 많고, 백사장이 넓고 깨끗해 아름답다고 말했다. 제니 한(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동포)씨는 “모처럼 귀국해 언니와 바다 구경하려고 보령에 왔다. 대천해수욕장이 언제 이렇게 커졌는지 놀랍다”고 했다. 박영준(전남 영광)씨는 “당진에 일하러 왔다가 짬을 내어 가족과 왔다.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가 유명하고 숙박시설과 레일바이크 등 놀이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좋다”고 밝혔다.



보령시가 유료 관광지 입장객, 주요 도로 통과 차량 수요 등을 근거로 집계한 방문객 수는 2021년 1582만명, 2022년과 지난해 2400만명이었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약 2400만명이 보령을 찾은 것으로 나타나 연말까지는 26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국도 77호선 개통으로 기대했던 관광 특수가 태안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관광 인프라 탓이다. 태안은 1991년 안면도가 관광지로 지정된 뒤 30여년 동안 추진한 일곱차례 대규모 개발 계획이 모두 무산됐다. 2022년에도 온더웨스트·조선호텔앤리조트 컨소시엄이 충남도와 계약하고 인허가 비용, 토지매매 계약금 등 306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 6월 보증금 납부 시한을 넘겼다.



태안에서는 대규모 개발보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특성을 살려 마을별 주민 참여형 개발 계획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태안은 사막 같은 신두리 모래언덕, 돌담을 쌓아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업 시설인 독살, 조선시대 소설로 알려진 별주부전 마을, 천상병 시인의 옛집이 있는 대야도, 망둥이가 뛰는 갯벌 좋은 법산 갯다리연꽃마을 등 상품화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와 전통이 골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강희권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는 “태안은 예부터 별 보고 바다 보러 오는 이들이 많았다. 2025~2026년 충남 방문의 해를 맞아 마을별로 특성을 살린 숙박·체험 행사를 활성화한다면 적은 예산으로 관광객을 늘려 지역 경제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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