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쿵쿵 발망치’ 소리가 조용…3기 새도시, 도서관처럼 짓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 21일 세종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층간소음 시험시설 ‘dB(데시벨) 35 랩’에서 연구원이 층간소음 1등급 기준에 맞춰 무거운 공을 튀기며 시연하고 있다. 엘에이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쿵쿵’ 들리던 윗집 발망치 소리가 일부러 주의를 집중해야 들리는 ‘웅웅’ 거리는 희미한 소리로 변했다. ‘끼익’하며 바닥 긁는 소리를 내던 의자 끄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공동주택 생활에 고통을 주는 층간소음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까.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에 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시험시설에서 도서관 수준의 조용한 아파트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아파트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고 바닥구조를 시험할 수 있는 시설인 ‘dB(데시벨)35 랩’은 층간소음 바닥구조 1등급 소음 기준인 37dB보다 낮은 도서관 소음 수준인 35dB를 지향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험실에서 층간소음 4등급(49dB 기준, 일반 사무실 소리)과 1등급을 비교해보니, 아이들이 뛰어노는 충격과 비슷하게 무거운 공으로 테스트했을 때 순간 소음이 50dB을 넘기던 소리가 30dB 초반까지 떨어졌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함께 느껴져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소음이 귀기울여야 느껴지는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엘에이치는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 약 5만가구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3기 새도시 공공주택에는 전부 1등급 바닥구조가 적용된다. 1등급 구조는 바닥 슬래브(보)를 210㎜에서 250㎜로 두껍게 하고, 소음 흡수를 위한 완충재 성능을 높였다. 완충재 위에 난방 배관 설치를 위해 얹는 모르타르도 소음 차단 효과가 큰 고밀도로 바꿨다.



공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분양가 반영은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4등급에 견줘 1가구당(전용면적 59㎡ 기준) 공사비가 400만원, 3등급보다는 300만원가량 증가한다. 이한준 엘에이치 사장은 “바닥 두께를 더 얇게 하면서도 층간소음 1등급을 맞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소비자 부담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 층간소음 문제를 잡을 수있을 것”이라며 “원가 절감으로 공급자(LH) 차원에서 감내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 지원 등을 위해 엘에이치는 내년 3월부터 ‘데시벨35 랩’ 연구 시설을 자체 층간소음 실험실이 없는 중소기업에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엘에이치는 소음 발생 시 경고음을 내 입주민 스스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노이즈 가드’도 도입한다. 40dB을 넘는 소음이 세 차례 이상 이어지면 거실에 부착한 센서가 진동을 감지해 월패드나 휴대전화에 알람을 띄우는 방식이다. 실제 거실 바닥으로 무거운 공을 세 차례 튕기니 월패드에서 곧장 “층간소음이 기준치 이상 발생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노이즈 가드 시범운영 결과, 해당 세대도 주의하게 되고 아래층에서도 소음이 덜 들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내년부터 신축 공공주택은 노이즈 가드를 전면 도입하고, 기축 주택도 동의하는 세대에 한해 전면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