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퇴진 집회’ 조합원 영장 기각에도…경찰, 민주노총 잡도리 조사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가운데)이 2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출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경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2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기획했다는 혐의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집회 현장에서 체포된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도 경찰이 잡도리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양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 8명을 불법집회를 사전에 모의·기획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양 위원장에 대해 내사를 진행했으나 같은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을 진행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경찰 출석 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9일 경찰은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나타났다. 그리고 유례없는 충돌과 수많은 사람의 부상이 이어졌다. 이 한 장면이, 윤석열 정권이 노동자와 시민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집회하기 위해 신고를 했고 법에 보장된 권리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행진을 가로막았던 건 경찰이고 대열을 침탈해 폭력과 다툼을 유발했던 것도 경찰”이라며 “정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수사”, “국민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류하경 변호사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이다. 경찰은 집회 방해, 불법 체포, 불법 감금, 폭행, 상해라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거액의 국가손해배상 청구를 해도 법원에서 인정할 사건”이라며 “경찰은 본 업무인 평화 집회 보호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선 서울 세종대로 집회에 진입하려는 시민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며 시민 10여명이 부상하고 11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이중 6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모두 기각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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