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판매 수익 급감해 카드론 의존 심해져
업계 "제도 폐지하거나 최소 산정기간 연장"
"일각에서는 카드사가 대부업체가 됐다고 말합니다. 적격비용 제도 도입 후 신용판매가 적자가 되니 카드론을 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도가 사업 행태를 바꿔버린 겁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적격비용 제도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과도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업이 사실상 적자 사업이 됐고, 카드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내달 5번째 적격비용 재산정에 관련 산·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카드사가 모집·마케팅 축소 등 비용 절감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가 21일 한국카드학회 콘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다. / 사진=이하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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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비용 제도, '혜자 카드' 없앴나
한국신용카드학회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4 한국신용카드학회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적격비용 제도'를 주제로 제도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비용은 신용카드 가맹점이 부담하기에 합리적인 비용을 뜻한다. 이 비용에 마진율을 더한 게 가맹점 수수료율이다. 적격비용에는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일반관리·조정비용이 반영되며, 3년마다 재산정된다.
이날 학회 참석자들은 적격비용 제도로 카드업계의 카드론 의존이 심해졌고,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할인, 포인트 적립 혜택이 급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적격비용이 도입되면서 발생한 카드사의 수수료 손실이 5조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된다"며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보면서 카드사는 현금서비스, 카드론을 확 늘려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교수는 2018년 3차 적격비용 재산정 이후 카드사가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으며, 2021년 4차 재산정 때부터는 판관비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가 커지고, 수수료율이 떨어지는 등 규제 강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지용 교수는 "2018년부터 혜택이 좋은 '혜자 카드'가 단종되고, 카드 포인트 적립이나 무이자 할부가 사라지는 추세라 소비자들이 상당히 불편해졌다"며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기업 내부까지 고통을 분담하게 됐는데, 더 이상 줄일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5차 재산정 눈앞…"산정주기라도 개선을"
적격비용은 카드사가 영세 사업자에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막고자 도입됐다. 문제는 '원가 반영'이라는 본래 취지 대신 '무조건 할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격비용은 201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차례 산정됐는데, 이때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됐다. ▷관련 기사: "신용카드 쓸수록 수익은 감소…적격비용 폐지해야"(5월31일)
금융위원회는 연내 5번째 적격비용 산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지만, 이번에도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위도 기존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신장수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지난 12일 한국금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해 "적격비용 제도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라며 "산정 방식은 이제 어느 정도 안착했고, 현재 방식을 그대로 갈지, 산정 주기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앞서 위헌 소송들이 모두 기각되는 등 관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소한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연장하거나 필요시에만 재산정하는 등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지용 교수는 "민간 소비와 신용카드 승인율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에는 두 지표 모두 상당히 둔화됐다"며 "카드사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적격비용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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