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경쟁 대신 고부가 위주 재편
중국 오성홍기와 반도체 일러스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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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국내 한 그룹의 사장단 회의. 총수를 비롯해 40여 명의 최고 경영진이 모인 이날 논의의 핵심 화두는 ‘중국’이었다. 이 자리에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경쟁사의 원가 경쟁력과 기술력, 디자인 등의 위협적인 상황을 공유하자 “기술 격차가 얼마나 되나” “어떻게 그룹 주력 사업에 변화를 줘야 하나” 등의 질문이 잇따랐다고 한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는 사업에 대해서는 철수 가능성부터 추가 투자, 내년도 목표 설정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일제히 돌입한 대기업들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이다.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으로 통했던 중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며 물건은 안 팔리고 도리어 과잉 생산된 중국산(産) 제품이 저가로 유입되며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은 기업들에 기회와 동의어였는데, 이제는 ‘리스크’와 동의어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 화학 대기업 임원 A씨는 “사업 계획을 짤 때 이제는 중국이 확실하게 따라올 수 없는 스페셜티(고부가 제품)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범용은 ‘다 줄여’라고 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마디로 ‘중국과 차별화를 하지 못할 거면 차라리 팔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기업들이 매각, 축소에 나선 사업들의 배경엔 모두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내 유일한 제철소 자산을 매물로 내놓은 포스코는 지난 19일 포항제철소의 1선재(線材)공장마저 가동 45년 만에 폐쇄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선재 시장 생산력 2억t 가운데 중국이 1억4000만t을 차지하는데, 글로벌 수요는 9000만t뿐”이라며 “중국이 공장 가동률을 지키려 저가 밀어내기를 지속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이라고 했다. 저가의 중국 화학 제품의 공세에 시달리던 석유화학 기업 롯데케미칼이 해외 법인 축소에 나서는 등 자산 효율화에 착수한 것도 마찬가지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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