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봤습니다] 애플 비전프로
본지 장형태 기자가 애플 비전프로를 쓰고 있는 모습.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착용하고도 주변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스튜디오광화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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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만원짜리 컴퓨터를 머리에 쓰고 일을 하면 어떨까?
애플이 지난 15일 국내 출시한 비전프로를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사용해봤다. 비전프로는 머리에 쓰면 화면이 달린 고글이 눈을 가리는 헤드셋 형태의 기기다. 타사는 이를 가상현실(VR) 또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이라고 부르지만 애플은 ‘공간 컴퓨터’라는 명칭을 고집한다.
스펙은 고성능 컴퓨터 못지않다. 맥북에 들어갈 만한 고성능 M2칩과 16기가바이트 용량의 D램이 장착돼 있으며, 4K TV보다 많은 픽셀이 탑재된 OLED 화면이 들어갔다. 비전프로를 쓰면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가 내 눈 움직임과 손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내가 바라보는 곳이 정확히 조준되고, 이를 손으로 가볍게 꼬집으면 클릭이 되는 식이다.
회사로 출근해서 비전프로를 머리에 쓰고 아침 보고를 작성했다. 비전프로 안에서 인터넷 앱을 켜 각종 기사를 읽고, 메일 앱을 열어 보도자료를 확인했다. 허공에 메일, 인터넷, 신문 스크랩 앱 등을 여럿 띄워놓고 서라운드로 볼 수 있어 편리했다.
비전프로를 쓰고 컴퓨터 화면을 보면 다소 자글거려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맥북을 지긋이 바라보면 ‘가상 디스플레이’ 연결 버튼이 뜨고, 이를 클릭하면 맥북 화면이 그대로 비전 프로 안에 띄워진다. 15인치에 불과한 기자의 맥북이 비전프로 안에서는 양팔을 다 뻗어도 닿지 않을 정도로 큰 화면(울트라와이드 모드)을 가진 컴퓨터로 변신했다.
영상 감상용으로도 훌륭했다. 애플TV,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를 보니 마치 극장에 들어온 것처럼 몰입감이 엄청났다. 또한 머리 위치에 따라 소리가 달리 들리는 공간 음향도 더욱 극장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또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비전프로 공간 모드로 보면 피사체가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을 줬다. 강아지와 아내의 모습을 찍어 감상해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는 ‘추억 블랙박스’로 제격인 듯하다.
애플은 한국 출시에 맞춰 카카오톡, 네이버웹툰, 티빙 등 한국앱들을 비전프로에 추가했다. 애플의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를 총괄하는 수전 프레스콧 부사장은 “많은 한국 개발자들이 게임·VR·오피스 등 몰입감 넘치는 앱을 만들며 공간 컴퓨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본체 무게가 600g이 넘어 광대뼈나 이마에 은근한 압박이 느껴지고, 유선 배터리팩이 필수라 기동성이 다소 아쉬웠다. 가장 큰 벽은 결국 5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착용하고 ‘이것이 미래지’했다가도 가격표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도 애플이 더 저렴하고 가벼운 제품을 계속 내놓길 바라 본다. 우리가 누빌 수 있는 ‘공간’은 넓을수록 좋으니 말이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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