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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CEO 바꾸고 전기차 쉬고… 살길 찾는 車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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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트럼프 코드’ 맞추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연차 중심, 관세 인상, 미국 우선주의 같은 정책 기조가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첫 외국인 CEO(최고경영자)를 내정하며 먼저 움직였고, 19일(현지 시각)에는 폴크스바겐그룹이 북미법인 CEO를 미국 리비안 출신으로 교체하며 미국 친화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미국 ‘빅3′인 제너럴모터스(GM)는 인원을 감축하고,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출시 계획을 늦추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며 버티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전기차 의무화 폐지 기조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내연차에 적용 예정인 연비 기준을 재검토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대 초부터 내연차에 높은 연비 기준(리터당 21km 안팎)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신차와 경트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 허용치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지난 14일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본격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트럼프 코드’에 맞춰라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른바 ‘트럼프 코드’에 발맞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진 데에 따른 선택이다.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는 비야디(BYD)를 비롯한 현지 기업들의 독주가 거세고,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제외하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폴크스바겐그룹은 북미법인 CEO에 미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출신인 켈 그루너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루너는 포르셰 북미법인 CEO, 리비안 최고사업책임자(CCO) 등을 역임하며 미국 시장과 전기차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15% 안팎 급감하며 전기차 분야에서 크게 손실을 겪었는데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거세질 전기차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 측은 이번 인사가 “불확실한 시기에 회사에 유연성과 견고함을 더해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현대차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현지 사정에 밝은 인물 중심의 인사를 단행했다. 미주대권역장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호세 무뇨스 사장을 CEO에, 트럼프 정부 1기에서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역임한 성 김 현대차 고문역을 사장으로 영입해 임명했다. 몸집을 줄이는 차원의 구조 조정도 잇따른다. 지난 14일 GM은 전 세계 직원 중 1000여 명을 줄이기로 했다. 전기차 분야에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차원이다. GM 측은 “경쟁적인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우수성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했다.

◇전기차 전환은 일단 숨 고르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화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강조한 만큼 주요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같은 전기차 전환기 ‘징검다리 차량’에 집중하고, 전기차 출시 계획을 미루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전기 픽업트럭 ‘램’의 출시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이달 LA 오토쇼에서는 전기차·하이브리드차·내연차 생산을 아우르는 플랫폼(기초 설계)을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포드는 이미 올 하반기 3열 SUV 전기차 생산 계획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투자 비율도 기존 40%에서 30%로 줄이기로 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IRA 폐지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긍정적이다. 보조금 의존도가 큰 전기차 후발 주자에 타격이 더 클 거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대선 이후 일본차 업체들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지만, 기존에 강점을 가진 하이브리드차 모델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최근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미국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 IRA 폐지 같은 트럼프 정책 코드가 현실화할지 알 수 없지만, 전기차의 대체재가 선호되는 추세는 확실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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