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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탄소중립과 혁신III] (8)기후테크 스타트업의 성패, 대학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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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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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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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표적인 딥테크 분야인 기후테크가 사회적 가치를 넘어 재정적 가치를 창출하겠냐는 우려가 투자자들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테크를 '녹색 신종사기'라고 지칭하기 전부터 소위 사회적 가치와 친환경을 강조하는 수많은 임팩트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고 있기도 하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 때는 단기 수익만을 좇듯 이런 시점에는 중장기적인 비전과 투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산업을 지탱해준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역량은 중장기적인 전략적 투자에 기반했다. 한편, 작금의 시기는 이러한 점을 간과하기 '딱 좋을 때'라는 것이다.

이에 해외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키우는 두 딥테크 스타트업의 사례를 조명하고자 한다. 바로 탄소포집 시설을 운용하는 '클라임웍스'(Climeworks)와 탄소 배출없는 철강을 생산하는 '보스턴 메탈'(Boston Metal)이 그 주인공이다. 알프스 산맥의 그늘에서 클라임웍스는 세계 최고의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로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에 혁신을 가져왔고,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보스턴 메탈이 무공해 용융 산화물 전기 분해 공정으로 철강 생산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두 딥테크 스타트업 사례의 공통분모는 두 기업 모두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는 점 그리고 기존 업계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 기업 모두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트럼프가 말하는 '녹색 신종사기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딥테크 스타트업 등장과 성장의 배경에는 탄탄한 산학협력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클라임웍스 혁신 이끈 ETH 대학

클라임웍스는 유럽 최고의 공과 대학 중 하나인 ETH 취리히에서 엔지니어 크리스토프 게발트와 얀 뷔르츠바허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직접 제거하는 획기적인 공기 포집 기술(DAC, Direct Air Capture)를 개발하면서 분사한 회사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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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ETH 취리히의 기술 이전 사무소(TTO)는 창업자들이 초기 자금을 확보하고 특허를 출원하고 업계 파트너와 연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스위스 정부는 우리나라로 치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장려했고, 공공-민간 CVC 중심의 공동 펀딩제도를 통해 아우디(Audi) 등의 대기업들과 협력을 이끌었다. 대학이 연구자들을 위해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기술개발의 허브 역할을 할 인프라를 제공했다면, 정부는 혁신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스케일업을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개발(R&D), 스타트업 지원, 벤처캐피털로 나뉘어 있는 국내 스타트업 지원 모델과 달리 클라임웍스와 같은 새싹을 틔워낸 스위스는 대학 연구비, 기업 파트너십, 공공부문의 지원 파이프라인이 통합적으로 갖추어져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클라임웍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여 수익을 다방면으로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존 그린 스타트업과는 차별화된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음료 제조업체 공급하거나 비닐하우스에 제공하는 한편, 이를 제거한 대가로 탄소 제거 크레딧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학문적 토대 위에 구축된 산업 파트너십

용융 산화물 전기 분해 기술을 개발한 MIT의 실험실에서 탄생한 실험실 창업기업인 보스턴 메탈은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순수한 철강을 생산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기술 상업화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MIT 덕분에 보스턴 메탈은 최첨단 시설과 동문 투자자, 업계 리더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에 접근한 대표사례로 꼽힌다.

결정적으로 보스턴 메탈은 철강 제조업체와 일찍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의 실증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매사추세츠 청정에너지 센터(MassCEC)와 미국 에너지부가 보조금과 지침을 제공했지만, 시장 진입을 가속화 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탄탄한 인프라를 토대로 대미를 장식한 요인은 최정상의 기술 전문가이자 금전적인 반대급부 없이 기술지도를 해주는 교수들과 산업계 리더들의 구조화된 멘토링 덕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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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MIT 대학과 MassCEC를 통해 최첨단 연구 시설과 테스트 실험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한편, 인근의 교수들로부터 기술자문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탄소 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를 재편하는 데는 산업계 전문가인 글로벌 철강 제조업체와의 협력이 빛을 발휘했다. 용융 산화물 전기분해(MOE, Molten Oxide Electrolysis) 기술 통합에 이들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증결과를 토대로 빌 게이츠의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로부터 5000만달러를 지원받고,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1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은 배경이다. 즉, 보스턴 메탈의 성공에는 단순히 기술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대학의 인프라와 교수의 조언, 철강 제조업체와 업계 베테랑의 적극적인 실증지원 멘토링이 있었음을 유념해야 하겠다.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산-학 인프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클라임웍스와 보스턴 메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학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딥테크 스타트업의 창출과 육성에 있어서 가히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수준의 딥테크 스타트업의 생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까? 여러 다양한 충분 요건들을 나열하라면 끝이 없겠지만 필자가 꼽은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확충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산·학 파트너십을 단순 장려하기보다는, 강하게 이끌 제도적 장치로서 기술금융 인센티브와 실증 R&D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보스턴 메탈의 접근 방식을 모델로 대학, 스타트업, 기업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면 우선 대학이 딥테크 스타트업들에게 가용한 기술 실증, 테스트 설비, 공간을 지원해야 하며, 정부는 대학의 인프라 투자를 이끌 자금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은 출연연이나 민간 연구소와 달리 자원을 보다 개방적이고 경제적으로 다양한 연구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식약처 지원을 받는 융복합의료제품 촉진지원센터를 설립하여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의 실증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 아주대학교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겠다. 특히 이 대목에서 기술 보유자인 딥테크 스타트업과 현장에서 기술을 제품해 접목한 경험이 있는 산업계 전문가를 매치메이킹해주는 프로그램이 수반되어야 하겠다. 보스턴 메탈과 철강 제조업체의 파트너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업계 전문가가 학술적 스핀오프를 상업화로 이끄는 멘토링 계약이 포함되어야 한다. 교내 실증 인프라가 필수조건이라면, 실증에 필요한 현장 기술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계 전문가는 충분 요건이다.

교내 딥테크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하거나 합작 투자에 협력하는 기업에게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순반되어야 한다. 클라임웍스와 협력하는 스위스 기업들이 공공-민간 CVC 투자자금 지원 제도의 혜택에 힘입어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을 유념하자.

둘째, 대학의 기술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일반적으로 기술이전 조직의 역량에 비해서 자체 투자 역량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구조다. 기술이전 실적은 단기적이고 확실한 수익 창출 수단이 되지만, 시드투자는 최소 6년에서 8년은 기다려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테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기능이 결여된 기술이전 기능은 씨앗에 거름 없이 물만 주는 형상에 해당한다. 물만으로 잘 자라는 기업도 있겠지만, 딥테크 스타트업이라면 중장기적인 투자와 성장지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클라임웍스라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ETH 취리히와 같이 특허 관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지분을 인수하고 수익을 혁신에 재투자하는 대내외 공공펀드의 역할도 중요하다.

물론, 이 모든 제언에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에 대학 지주회사의 원활한 펀드 조성을 위한 별도 모태펀드를 지금보다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겠다. 결론적으로 녹색 신종 사기라며 사기가 많이 꺾여 있는 우리나라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굳은 의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최규선 아주대학교 교수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최규선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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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 교수는 글로벌 기후테크, 기술 사업화를 포함하는 주제로 스타트업과 지역, 기업혁신을 위한 전략과 정책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ICT 국가기관에서부터 과학기술 출연연, 투자사 등 산학연 전반에서 연구자이자 전문가로 활동했고, 현재는 아주대학교 창의산학교육원에서 산학협력 부교수로 딥테크 스타트업, 기술사업화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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