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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사설] 집값 급등 촉발시킨 국토부의 “부동산 안정”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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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포함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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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윤석열 정부 2년 반 동안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국민 주거 안정을 이뤄냈다”고 자평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 경기 연착륙을 유도했으며, 주거 취약 계층 보호를 강화했다”고 썼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 계속된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노심초사 지켜본 국민 중 이런 자화자찬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급등세로 돌아섰는데도 국토부는 “지역적, 일시적 잔등락”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서울 상급지 아파트 호가가 하루 1억원씩 급등하는 지경에 이르자, 정부는 12년 만에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서울·수도권에 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래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은행을 압박해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는 비상 대책까지 동원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의 무능 탓이다. 집값 하락세가 더 이어지도록 부동산·금융 정책을 잘 조율했어야 하는데, 내내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윤 정부는 ‘임기 내 270만채 공급’을 약속했지만, 주택 착공 실적이 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등 공급 절벽이 예상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이 주된 요인이지만, 부실 부동산 PF 정리를 계속 미루며, 신규 택지 공급 중단 사태를 방치한 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경착륙만 우려한 나머지 저금리 주택 대출을 연 30~40조원씩 지원하며 주택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공급 부족 우려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며 서울 집값 급등세가 재발했다.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 내서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나면서 3분기 중에만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23조원이나 더 늘었다. ‘똘똘한 한 채’의 가격 폭등 여파로 상위 10%와 하위 10% 간 집값 격차가 40배 이상으로 벌어지며 자산 양극화도 심화됐다.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서울 집값 급등세를 낳는 바람에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하 이후에도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를 못하고 있다. 과도한 빚과 고금리에 신음하는 국민 고통을 덜어줄 기회를 정부의 무능이 막은 꼴이다. 이런 상황에 책임이 가장 큰 국토부가 자화자찬 발표를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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