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더 강해진 상법 개정안 발의···재계 만나 의견 듣는다

[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경청 시리즈 '개미투자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4.1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론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함과 동시에 이사의 주의 의무에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성문화한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다음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와의 간담회를 여는 등 여론 수렴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재계 우려를 반영해 형법상 배임죄 폐지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19일 '민주당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이날, 늦어도 이번 주 중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이사회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개정안으로 이 의원이 내는 개정안이 사실상 당론 법안이 된다. 이 의원은 현재 TF의 위원이자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 내용 중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것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382조의 3항 개정이다. 이 조항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주주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 뿐만 아니라 '주주'를 넣을 예정이다.

TF는 여기서 조항을 하나 더 신설해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담기로 결정했다.

당초 재계 우려를 반영해 두 내용을 모두 반영해 개정할지, 한 가지만 반영할지 내부 논의가 있었지만 TF논의 결과 두 가지 모두 개정안에 담는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주주 이익을 더 강화하자는 취지라는 게 TF 측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게 된 이유로 일부 대기업 이사회가 인수합병(M&A), 물적분할, 증자 등을 결정하면서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을 들어왔다.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초래하는 이같은 행위들이 결과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우려를 쏟아냈다.

우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 적용할 경우 주주의 개념이 모호하단 점을 들어서다. 재계에서는 주주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임죄 등을 묻는 소송이 남발해 기업의 장기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총주주의 개념을 어디까지로 볼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어떻게 볼지에 대해 여러 해석들이 나올 수 있다"며 "결국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할텐데 법원의 판단이 쌓일때까지 회사는 물론 주주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을(乙)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달기'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1.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민주당은 배임죄를 폐지하는 등 형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를 최대한 신속, 강력하게,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면서도 "기업 경영시 걱정되는 경찰 수사, 처벌 문제, 배임죄 문제는 집권 여당도,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적한 바 있다.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TF 한 관계자도 더300과 만나 "이번 상법 개정을 중심으로 한 당론을 추진함에 있어서 배임죄 폐지까지 당장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떤 행위가, 이사회의 경영상 판단일 경우엔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정도는 입법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은 TF 회의에서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미 민주당 내 박주민, 강훈식, 김현정 의원 등이 낸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만큼 이번 이정문 의원이 발의하게 된 법안도 향후 법사위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한 만큼 이르면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도 가능하다.

다만 TF 측은 재계 의견과 여론을 지속 수렴하면서 법사위 법안심사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심사 단계에서 법안 수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TF는 다음주 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와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간담회도 가질 계획이다.

한 TF 관계자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당연히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대주주가 이사 선임권을 매개로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는 문제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정도 있지 않나. 개인투자자들도 공감하는 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지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밖에 지난 6일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집중투표제 의무화,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상장사 독립이사 선임 및 전자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의 내용도 개정안에 담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의 이사 선임시 주식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란 주주총회를 통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를 뜻한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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