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0 (수)

[투데이 窓]트럼프의 反과학 기조,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




지난 11월5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압승하여 연임 실패 후 재선에 성공한 역대 두 번째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다. 1892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후 132년 만이다. 또한 공화당이 기존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다수당을 확보함에 따라 행정부와 의회의 공조로 트럼프 정책의 추진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브리프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성과와 이번 대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귀환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과학기술 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과학기술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공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정책의 후퇴로 인해 글로벌 과학기술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와 과학기술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민간 중심의 혁신과 규제 완화로 과학적 성과가 상업적 이익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무엇보다 해외 인재 유입을 제한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국 과학기술계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한편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및 첨단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 경쟁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 및 보조금 지급 중단 등으로 구체화 될 수 있다. 또한 대중국 견제 기조를 강화하고 기술패권 경쟁을 심화하여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중대한 도전이자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예측되고 대비된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위험은 줄이고 기회는 살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방안들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AI 반도체, 양자과학, 첨단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민·관 협력으로 혁신 역량을 길러야 한다. 독보적인 기술력의 우위를 확보해야 우리 산업경쟁력을 높일뿐 아니라 이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축소된 틈을 공략하거나 자국 중심의 폐쇄적인 기술 보호 움직임을 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둘째, 미국이 국외 과학자의 이민이나 유학을 제한하는 정책을 다시 이어 간다면, 우리가 이들을 국내로 유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에서 유출되는 우수 연구인력의 일부를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면, 인구 절벽에 처한 우리 연구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하는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될 경우를 대비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원천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고 핵심 부품과 자원에 대한 공급망을 다변화하여 반도체 전기차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 잡힌 과학기술외교와 다자 간 협력이 필수다.

트럼프의 귀환으로 전 세계 과학기술·환경은 오리무중이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는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에서 이기려면 첨단기술 개발과 우수 인재 유입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여기에는 과감하고 민첩한 정책 혁신과 민·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문제 해결책 마련뿐만 아니라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장기적 전략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법이다. 기민하되 가볍지 않은 대응과 치밀하되 답답하지 않은 준비로 우리 과학기술계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기를 기대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