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진학 상위고교 N수생 분석]
의대 진학 상위 10곳중 서울 7곳
올 수능 재도전 작년보다 6.4% 늘어… N수생 3409명>재학생 2473명
‘N수 공화국’에 사회적 비용도 급증… 전문가 “수시 확대 등 입시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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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오전 10시 반. 서울 강남구 대치 종로학원 재수반에선 조용한 가운데 수험생들이 8일 앞으로 다가온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한창이었다. 강의실에는 ‘교실 내 대화 금지’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학원에서 만난 박모 씨(19)는 “올해 초 세화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자연계열이나 의대를 목표로 재수하고 있다”며 “같이 졸업한 학생 60%가량이 올해 수능을 다시 본다. 오히려 진학한 학교에 만족하며 다니는 친구가 몇 안 된다”고 설명했다.
● 내신 불리하자 정시 노린 N수생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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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진학 실적이 높은 상위 고교 10곳 중 서울에 있는 고교는 7곳이다. 이들 학교 졸업생 중 14일 치러진 수능 원서를 낸 N수생은 3409명으로 고3 재학생(2473명)의 137.8%에 달한다. 이들 학교 출신 N수생은 지난해 대비 6.4% 늘었다. 반면 비수도권 고교 3곳의 경우 고3 재학생 대비 N수생 비중이 71.6%로 서울 고교의 절반가량이었다. 특히 전북 전주시에 있는 상산고의 경우 고3 학생 대비 N수생 비중이 23.6%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수도권에 소재한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경우 졸업생 상당수가 본인 주소지 교육청에 수능 원서를 내기 때문에 실제 N수생 수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자료에는 졸업 고교에 원서를 접수시킨 경우만 집계된다. 또 지역인재전형으로 합격하는 학생들이 있어 N수를 하는 비중이 서울보다 다소 낮은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 중상위권 학생들은 면학 분위기를 이유로 자사고나 학군이 좋은 지역 고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24학년도 의대 진학 실적 상위 고교 10곳 중 6곳은 자사고였고 나머지는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데 이들 학교에선 내신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보니 수능 점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정시에 ‘올인’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의대 역시 대부분 정시에선 수능 100%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정시에 강한 N수생이 재도전을 거듭하는 경우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의대 증원의 영향으로 의대생 중에도 입시에 재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1학년 최모 씨(24)는 “2019년 서울대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했다가 전문직이 되려고 의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수업 거부 사태가 장기화되며 다시 상위권 의대 진학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또 “주변을 보면 재수나 3수로 의대에 온 경우가 많다 보니 한 번 더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N수 공화국으로 국가적 낭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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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의대 증원으로 더 심화됐지만 사실 N수생 증가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저출산으로 아이가 하나 혹은 둘인 상황이 보편화되면서 가정의 자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여기에 수도권 대학 선호 증가, 정시 비중 확대 등이 겹쳐 N수생 수는 2021년 13만3070명에서 2025년 16만1784명으로 21.6% 늘었다.
전문가들은 ‘N수 공화국’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주요 재수학원은 한 달 수강료가 200만∼300만 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이렇게 큰 비용이 사교육비로 지출되면서 가정의 부담이 커지고 이를 부담할 수 없는 가정에 박탈감을 안겨준다. 또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해 대학생활과 사회 진출 시기를 늦추다 보니 결혼 출산 등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N수를 줄이기 위해선 내신 성적이 반영되는 수시 전형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포함해 대입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학 입학정원의 10∼15% 수준인 사회통합전형 비중을 높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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