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 시장을 짓눌렀다. 트럼프는 교역 상대국에 10~20% 보편적 관세를 물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영향이 크다. 트럼프는 또 반도체 보조금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미국에 투자한 기업엔 대형 악재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있다. 관세를 물리면 수입품 값이 오르고, 값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한국 경제의 체력 저하가 원인이다.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하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근본 치료가 아닌 대증요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신설 ‘정부효율부’의 공동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규제를 푸는 게 머스크의 임무다. 지금도 미국은 으뜸가는 혁신국가다. 기업들은 활발한 세대교체를 통해 세계 최고 자리를 잃지 않는다. 인텔이 빛을 잃으면 엔비디아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런 나라가 규제를 일대 혁신하겠다고 칼을 들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장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우려가 나온 지 오래지만 정치권은 성장보다 표가 되는 분배에 치중한다. 벤처 붐도 사그라들었다.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2%로 떨어져 미국(2.1%)에 뒤졌다. ‘정부효율부’가 진짜 필요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장기침체에 빠진 금융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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