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괴츠 폰 베를리힝겐 (1480~1562)
서양 중세의 기사란 사람들은 착실한 생활인에게 민폐였다. 그래도 자기들 나름의 멋이 있었다. ‘낭만’이라는 말도 중세의 기사 로맨스 문학이 어원.
괴츠 폰 베를리힝겐은 1480년 11월15일에 태어났다. 기사의 시대였던 중세가 저무는 시절이었다. 폰 베를리힝겐은 기사다운 기사의 마지막 세대였다.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1498년부터 신성로마제국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군대에서 복무. 1504년, 전쟁터에서 오른손을 잃었다. 철로 만든 의수를 팔에 붙였다. 그 때문에 “무쇠 손 괴츠”라는 별명을 얻었다. 약한 자를 보살피고 강한 자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돈 많은 상인들을 약탈했고 부유한 영주들과 전쟁을 벌였다. ‘수호지’에 나오는 양산박 호걸 같은 인물이었달까.
1525년, 독일에서 농민전쟁이 터졌다. 귀족들은 농민군을 두려워하고 싫어했다. 마르틴 루터 같은 종교개혁가도 농민군에 반대했다. 그런데 농민군은 폰 베를리힝겐을 좋아했나 보다. 귀족이던 폰 베를리힝겐을 자기네 지도자로 추대했다. 폰 베를리힝겐은 농민군의 대의에 완전히 동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농민군의 기세에 눌려 한동안 지휘관 노릇을 했다. 농민군이 진압당한 뒤 폰 베를리힝겐은 법정에 섰지만 협박에 못 이겨 지휘관이 되었다고 주장해 풀려났다. 천수를 누리고 여든한살에 숨을 거뒀다. 자서전을 써서 자기 행적을 미화했다.
마지막 기사 괴츠 폰 베를리힝겐이 불멸의 이름을 남긴 것은 시인 괴테가 그의 이야기를 ‘무쇠 손 괴츠 폰 베를리힝겐’이라는 비극 작품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청년 괴테는 폰 베를리힝겐의 자서전을 읽고, 그를 ‘시대와 불화하는 낭만주의적 영웅’으로 그렸다. 작품 속 괴츠는 “영주들은 미워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은 도움을 청하는” “위대한 인물”이다. 그러나 “비열한 놈들이 권모술수로 세상을 다스리는” “거짓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 작품 말미에 괴츠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괴츠, 너도 죽어라. 너는 네 시대보다 오래 살았다.” 윤도중 교수의 번역이 근사하다.
김태권 만화가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