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게이츠(왼쪽) 미국 법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5월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성관계 입막음 돈 관련 재판을 받고 퇴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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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예비역 소령이자 폭스뉴스 앵커인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하자 “대체 그게 누구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튿날 트럼프가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법무장관으로 지명하자 공화당에서도 “어떻게 그런 사람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틀 연속 핵심 장관직에 충격적일 정도로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지명되자 워싱턴 정가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게이츠는 공화당 안에서조차 출당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노출해온 인물이다. 그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1·6 의사당 난동 사태’를 파시즘에 대항하는 극좌 세력을 뜻하는 ‘안티파’가 일으켰다며 음모론을 주장했다. 대통령 국정 연설에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부인하는 인사를 데려오기도 했다. 그래도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런 경력에다 17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마약을 복용하고, 선거자금을 유용하고, 규정 범위를 벗어나는 선물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혐의에 대해 검찰은 2022년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이와는 별개로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게이츠는 성인과 합의한 성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10월 같은 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의 해임을 주도한 것은 윤리위 조사에 따른 앙심 때문이라는 추정도 나온 바 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직위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법무장관직에 지명됐다는 소식에 고위 공직자 인준 권한을 지닌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전 콜린스 의원은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며 “청문회에서 많은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은 “난 그가 진지한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준 절차를 통과해 장관이 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게이츠는 절대로 인준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폭스뉴스에 말했다.
게이츠는 법무장관직에 오르려면 상원의원 100명 중 50명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대선과 함께 치른 선거에서 공화당은 53석을 얻으며 상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이런 인물을 지지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4표 이상 반대하면 인준 절차를 통과할 수 없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로서는 인준에 찬성하면 여론의 비난이 예상되고, 반대하면 트럼프의 분노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게이츠를 지명함으로써 공화당 의원들의 충성도를 시험에 들게 한 셈이다.
한편 게이츠는 이날 하원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하원 윤리위 조사를 종결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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