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고려아연 유증 철회에도 이복현 금감원장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 확인... 조사는 그대로 진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월 13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인베스트 K-파이낸스: 홍콩 투자설명회(IR) 2024'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는 불공정거래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철회는 철회일 뿐, 조사는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인베스트 K-파이낸스: 홍콩 투자설명회(IR) 2024′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실적으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는) 금감원 조사의 여부나 강도에 영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원장은 “사건화가 되지 않은 단계에서 (금감원이) 조사 (시행 여부에 대해) 재량이 있는데 사건화가 된 이후에는 절차에 따라 (이슈가) 종결돼야 한다”며 “(조사의 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끝내는 건 매우 부적절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13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과 지분율 격차를 뒤집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이에 금감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엔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고려아연이 증권신고서를 수정해 유상증자를 강행할지, 아니면 유상증자를 아예 취소할지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날 후자로 결론이 났다.

이 원장은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검사에서도 일부 사실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는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면서도 “이런 확인이 위법이나 불법으로 직접 연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맡았는데 회사의 유상증자 계획을 인지했으면서도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일방이 제기한 상대방의 불법행위 의혹을 균형감있게 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선 주주 이익을 존중하는 환경이 마련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경제단체에 대해 “나름의 논리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기서 상법 개정안이란 ‘회사’에 국한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장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자본시장을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한 해를 넘어가는 게 바람직한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상법 개정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선 불법 공매도를 두고 금융당국과 법원의 엇갈린 시각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앞서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외국계 운용사 케플러 슈브뢰(Kepler Cheuvreux·케플러)가 SK하이닉스 4만1919주(약 44억5000만원)을 무차입 공매도했다며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올해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케플러가 일부러 공매도를 한 것은 아니라며 운용사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금융당국과 법원의 관점이 상이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입증의 정도나 쟁점이 다른 것 같다”며 “금융당국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내용과는 다른 것들이 (법원의) 쟁점이라 시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매도에 있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합법과 위법의 영역이 재단돼야 한다”며 “설사 공매도가 재개돼도 한국 시장에 들어오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경제적 이익보다 더 큰 페널티를 받으면 한국 투자를 안 하느니만 못 한 거 아니냐’는 걱정이 있는 걸 안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건 공매도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합법의 영역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참석했다. 진 회장은 신한투자증권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부서가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업무를 하다가 손실을 본 사태에 대해 “(불완전판매로 문제가 된) 라임과 젠투펀드보다 규모는 작지만 충격은 크게 받았다”고 했다. 그는 “문제의 심각성도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주와 고객에게 투명하게 (진상을) 밝히려고 감사 중이며 대책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