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선 임시 셔틀버스가 12일 저녁 7시께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서화성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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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 도착한 지가 언젠데 여기서 아직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정말 황당하네…. 이래서 이 열차를 누가 타겠어?” 지난 12일 저녁 7시께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서화성역에서 만난 이철규(68)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서해선 케이티엑스(KTX)를 타고 서화성역을 출발해 충남 당진 합덕역에 도착한 뒤 당진시를 돌아봤다. 당일치기 여행을 마치고 저녁 6시49분께 서화성역에 돌아왔지만, 난관이 있었다. 안산시 성포동에 있는 집에 가려면 초지역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셔틀버스가 저녁 7시10분에야 오기 때문이었다. “충남 합덕에서 경기 화성 서화성까지 50분이 걸렸는데, 여기서 안산 집까지 1시간이 더 걸린다”고 토로했다. 서화성역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는 하루 네번뿐이다.
서화성역은 지난 2일 개통한 서해선 케이티엑스의 정차역 중 하나다. 서해선 케이티엑스는 4조1009억원이 들어간 철도로, 홍성~합덕(당진)~인주(아산)~안중(평택)~향남(화성)~화성시청~서화성 총 90.01㎞ 구간을 연결하고 있다. 서화성역부터 홍성역까지 67분 만에 주파할 수 있어, 서해안 라인의 교통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초 서해선 케이티엑스는 홍성에서 출발해 지금 노선을 거쳐 안산, 김포공항, 고양 등까지 이어진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개통했으나, 시작부터 삐걱댔다. 서화성∼원시(안산)를 이어줄 신안산선 구간 완공이 2년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서화성역에 내려서 초지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타야 한다. 셔틀버스는 하루 네번(오전 8시20분·11시55분, 오후 3시40분·7시10분) 운행한다.
운행 횟수가 적은데도 승객들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서화성역은 2030년까지 새도시를 만들 예정인 송산그린시티 부지 인근에 있는데,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시내버스 등 연계교통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약 2㎞ 거리로 걸어서 30분을 가야 하고, 이마저도 배차 간격이 1시간이 넘는 마을버스 한대가 다니는 곳이다. 평택시 안중읍에서 온 한완수(68)씨는 “서화성역에서 초지역까지 15분 정도 걸린다더니 실제로는 30분이 걸렸다”며 “다음부터는 차라리 수원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서화성역으로 가는 진입로. 가로등조차 없어 저녁 7시만 지나도 사방이 깜깜해졌다. 이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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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내부는 물론이고 인근에 편의점 같은 시설도 전혀 없다. 심지어 역은 아직 주소지조차 없어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정확한 위치를 안내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신안산선 구간이 완공될 때까지 별다른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연계교통을 설치하기에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역에 열차가 오는 것도 하루 네번에 불과하다”며 “인근에 개발계획이 있지만, 아직 버스노선 신설 등을 고민할 단계까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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