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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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군 장병의 골프가 금지된 기간에도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8월24일에 (윤 대통령이 공군 시설인) 한성대에서 골프를 쳤다는 제보가 있었고 거의 사실로 확인됐다”며 “(당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으로 8월19~29일은 군 장병의 골프가 금지돼 있었다. 이날은 8월22일 경기 부천 호텔 화재로 사상자가 19명(사망 7명) 나온 이틀 뒤로, 이때는 국민적 추모 기간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쪽은 한겨레에 “윤 대통령이 한성대에 갈 때 김건희 여사,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내다 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 장관이 동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군이 골프를 금지한 10월12일에도 군 시설인 서울 태릉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김 의원은 이를 포함해 윤 대통령이 골프를 쳤다는 제보를 받은 게 모두 7건이라고 밝혔다. 8월24일에 이어 31일, 9월7일·28일, 10월12일, 11월2일·9일로, 8월부터 1~3주에 한번꼴로 토요일에 골프를 쳤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당시 대통령이 골프를 치기에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8월 말은 미국 대선을 겨냥해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고, 북한이 거듭 남쪽으로 쓰레기 풍선을 날려보내는 등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때다. 특히 10월12일은 전날 밤 북한이 ‘평양에 한국의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군이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을 때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 골프 금지 기간에 라운딩을 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남북이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인 가운데 한·미가 대규모 군사훈련을 할 때 윤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은 역할 방기와 ‘언행불일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2005년 식목일과 2006년 3·1절에 거듭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군시설 골프 의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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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일과 9일은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육성 녹음이 공개(10월31일)되는 등 윤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으로 국정 운영 지지율이 매주 최저치를 경신했을 때다. 서울역과 시청역 인근, 광화문 일대 등에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정부 규탄 또는 퇴진 요구 집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의 명분은 커지고 민심은 폭발 지경인데,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8월 말부터 여러차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만남을 준비하려는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도 궁지에 몰리게 됐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트럼프와 ‘골프 외교’를 위해 8년 만에 골프채를 잡았다더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윤 대통령에게 예지력이라도 있어, 당선 석달 전부터 골프 연습을 했단 말이냐”며 “차라리 국정은 귀찮고 골프나 치고 싶다고 고백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의) 주말 비공개 일정과 관련한 악의적인 공세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군 통수권자가 군 시설인 군 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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