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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이재명 성남FC 의혹’ 재판부, 이례적으로 검사 퇴정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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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수원지법 성남지원 전경.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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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검사, 즉각 퇴정(退廷)하세요!”

11일 오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재판정. 검사 5명과 피고인 양측이 자리에 앉자마자 허용구 재판장이 준비해온 원고를 30분간 읽더니 검사들을 향해 “부산지검 소속인 정 검사의 이 사건 소송 행위는 무효”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순간 법정이 술렁였다. 재판장이 이러한 이유로 검사를 내쫓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승원 검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재판부가 소송 지휘권을 남용해 공소(재판)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사들은 재판부에 휴정(休廷)을 요청했으나 허 재판장은 거절했다.

검사들은 “복잡한 사건인데 사건을 제일 잘 아는 정 검사에게 손을 떼라고 하는 건 이 사건 유죄 입증을 포기하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검사들은 허 재판장 명령에 반발해 전부 퇴정했다. 재판은 검사 퇴정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진 끝에 50분 만에 끝났다.

정 검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근무하던 2022년 9월 이 사건을 기소한 검사다. 이후 재판은 지연됐고 정 검사는 작년 2월 인사에서 부산지검으로 발령 났다.

성남지원에서 시작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4~2018년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프로젝트 등 기업 4곳의 인허가 청탁을 들어주면서 성남FC에 후원금 명목으로 133억5000만원을 내게 한 혐의(제3자 뇌물)로 작년 3월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위례·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합쳐 재판을 받고 있고, 성남FC에 불법 후원금을 낸 혐의를 받는 전직 기업 임원들은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정 검사는 작년 9월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 대리’로 발령받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재판을 맡고 있다. 동시에 성남지원 재판도 열릴 때마다 ‘1일 직무 대리’ 발령을 받아 재판에 참여 중이다. 이 사건은 2022년 9월 기소 후 2년 2개월 동안 1심이 진행 중이다.

직무 대리는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대신 재판에 들어와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파견 제도다. 검사는 보통 1~2년 단위로 인사가 나는데, 주요 사건의 경우 다른 검찰청으로 가더라도 직접 챙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검찰 근무 규칙 4조에는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검찰총장의 직무 대리 발령을 받아 공소 유지, 공판 수행 등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허 재판장은 “정 검사는 부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성남지청까지 ‘이중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며 “이는 검사의 직무 관할을 규정한 검찰청법 5조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했다. 검찰청법 5조는 검사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 구역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수사에 필요한 경우 관할 구역이 아닌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검찰청법이 원칙적으로 관할 구역 근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규정상 직무 대리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게 허 재판장 판단이다.

허 재판장은 또 “검찰청법 34조1항에 따르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인데 정 검사는 인사권이 없는 검찰총장의 발령을 받아 이 사건 재판에 나오고 있다“면서 “검찰 주장대로 이 사안이 복잡하다면 오히려 장기간 다룰 검사를 발령 내야지, 1일 직무 대리를 발령하는 것은 편법으로 보여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관행이라고 하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 한 관계자는 “허 재판장 말대로면 1~2년마다 모든 사건의 공판 검사가 바뀌어야 하는데 사건을 처음 보는 검사가 중간에 투입되면 유죄를 받아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재판에서도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측이 “검사의 직무 대리는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 재판장은 검찰 출신으로 2006년부터 판사로 근무했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허 재판장은 올 3월부터 이 재판을 맡았다. 검찰은 이날 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개별 재판부 판단 사안이라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성남=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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