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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美 뉴올리언스 번화가 테러 차량엔 ‘IS 깃발’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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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테러 공포 커진 미국

조선일보

1일 새벽 미국 뉴올리언스 번화가로 돌진해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차량 테러범의 픽업트럭이 반파돼 있다. 차량에 꽂혀 있던 테러 단체 IS(이슬람국가) 깃발이 뒤쪽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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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첫날 새해맞이로 유명한 미국의 관광 명소 뉴올리언스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차량 돌진 테러와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새해 분위기로 잔뜩 들떠 있던 도시는 아수라장이 됐고, 한동안 잠잠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자생 테러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해 카운트다운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1일 오전 3시 15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최대 번화가인 프렌치쿼터의 버번 스트리트에서 픽업트럭(짐칸의 덮개가 없는 소형 트럭) 한 대가 인파를 향해 돌진했다. 트럭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인도로 올라와 사람들을 들이받았고 15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버번 스트리트는 손꼽히는 새해맞이 명소이고 이날 저녁에는 뉴올리언스 프로 풋볼 경기장 ‘수퍼돔’에서 대학 풋볼 경기도 예정돼 있어 거리는 인산인해였다. 용의자는 트럭을 몰고 달아나다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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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수드 딘 자바르


용의자는 텍사스 출신 퇴역 미군인 샴수드 딘 자바르(42)였다. 10년간 육군으로 복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파병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픽업트럭 뒤에는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이 꽂혀 있었고, 차 내부와 인근 건물에서는 사제 폭발물이 발견됐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용의자가 범행 몇 시간 전 IS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 세계 각지의 사회부적응자나 극단적 상황에 내몰린 이들이 IS 선동에 심취해 자생적으로 벌인 ‘외로운 늑대 테러’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FBI의 초동수사에서 드러나는 정황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군 복무 당시 정보 기술 병과에서 주로 일했던 그는 제대 후 컨설팅 회사에 다니면서 12만5000달러(약 1억83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안정적 생활을 누렸지만, 두 차례 이혼 후 카드 빚이 늘어나며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전해졌다. 그는 범행 전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가족들에게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IS에 합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FBI는 “용의자의 단독 범행 가능성은 낮다”며 IS 연계 가능성과 배후 세력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가 트럭을 렌트해서 몰고 가기 전 폭발물을 싣는 사람들의 모습이 찍힌 방범 카메라 영상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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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미국 뉴올리언스 번화가 버번 스트리트에 사고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잔해 등이 널부러져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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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는 전성기(2014~2018년)에 비해 급속히 세력이 위축됐지만, 미국 내 자생적 추종자들이 이들을 도우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동 현지에 구금된 IS 대원들의 탈옥을 돕기 위해 18만5000달러(약 2억7100만원)의 가상화폐를 송금하려던 버지니아 거주 남성이 체포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제 폭발물 제조법을 IS에 전수하려 한 미국·알바니아 이중국적자가 적발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군 병사가 IS에 매복 공격 요령을 알려줘 중동 파병 미군을 살해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4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크리스 레이 전 FBI 국장이 현직에 있던 작년 4월 “미국을 겨냥한 IS 등 외국 테러 단체의 공격 증가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는데 그 같은 경고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취임을 2주 남짓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사건을 언급하면서 조 바이든 현 민주당 행정부를 비난하고, 자신의 대표 공약인 불법 이민 척결과 연관 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국경이 개방되고, 리더십은 약하고 비효율적이고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될 때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 민주당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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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입구에서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이 폭발해 한 명이 사망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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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일 오전 8시 40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 위치한 트럼프 호텔 입구 앞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전기 트럭)이 폭발하며 한 명이 숨지고 일곱 명이 다쳤다. 수사 당국은 차량에 실려 있던 폭발 물질이 터진 것으로 보고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사건 발생 장소가 트럼프의 사업체라는 점, 폭발한 자동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 일론 머스크의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테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도 소셜미디어에 “폭발은 차량 자체의 결함과는 상관없으며 테러 같다”고 썼다. 뉴올리언스 차량돌진 트럭과 라스베이거스 폭발 트럭은 동일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렌트된 차량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수사당국이 두 사건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

영어로는 Islamic State. 점령 지역 이름을 붙여서 ISIS나 ISIL이라고도 한다. 이슬람 수니파를 신봉하는 극단주의 무장 세력이 힘을 키워서 2014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 영토를 장악하고 전근대적인 이슬람국가 수립(칼리프 국가)까지 선포했다. 납치 인질의 잔혹한 살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외국인 대원 모집, 추종자(외로운 늑대)들의 자생적 테러 선동 등 이전의 이슬람 테러 단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활동 방식으로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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