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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최고의 동체착륙…콘크리트 벽 아니면 90% 살았다" 조종사 재파의 촌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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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닷새째인 2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의 흙더미 속에서 발굴한 기체 엔진이 흰 천에 덮여 있다. 2025.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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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구독자 108만 명을 보유한 유명 파일럿 유튜버가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분석하며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버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이하 재파)은 지난 2일 '무안공항 동체착륙은 최고였지만 결국 이것이 문제였다'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고 난 여객기인 보잉 737-800기종의 기장이라고 밝힌 유튜버는 "저도 비행시간이 7000시간 정도 된다. 사고 난 기장은 6700시간 정도 된다더라. 비슷한 시기에 기장이 됐고, 같은 기종을 몰았던 기장으로서 사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려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양쪽 엔진 모두 나가…수동 기어 조작할 시간 없었을 것"

그는 "첫 번째로 '1차 접근 시 내려온 랜딩기어가 2차 때는 왜 안 내려왔나? 혹시 안 내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며 "사고 비행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쪽에서 화염이 터지고 있는 거로 봐서 양쪽 엔진이 다 나간 것이다. 그러면 랜딩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어 익스텐션'이라고 해서 랜딩 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수 있지만, 기어의 무게가 여객기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무겁고 크다고. 이에 '록'(Lock)을 풀기만 하면 기어가 땅에 떨어지나 기본적으로 5분 이상 걸리는 절차를 수행해야 기어 익스텐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사고 여객기의 경우 '메이데이'를 선언하고 땅에 닿기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어 익스텐션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을 거라는 게 유튜버의 주장이다.

유튜버는 "사고 여객기가 우측으로 도는데 보통은 좌측으로 돌아서 내린다. 기장석이 좌측에 있기 때문이다. 부기장도 우측 창문으로 함께 보면서 활주로를 찾아야 하고, 기장은 엔진 2개 나간 비행기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엔진 2개가 나가면 유압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조종간이 굉장히 뻑뻑해진다는 얘기다. 잡아당기고 있기 힘들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부기장도 같이 그걸 잡고 돌렸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그러다 보니까 기어 익스텐션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게 활주로에 내리는 거다. 활주로 쪽으로 틀지 못했다면 기어가 나와 있어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며 "기장이 고어라운드를 실시한 이유는 아마 처음에는 엔진이 하나만 나갔을 거다. 2개가 모두 나갔다면 바로 내렸을 거다. 하지만 하나만 나가서 고어라운드 조치를 한 뒤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반대편 엔진도 같이 나간 걸 인지한 거고, 그러다 보니까 바로 돌아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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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갈무리)


"기장, 역추진장치 썼지만 작동 안 한 것…활주로로 선회한 건 잘한 일"

두 번째 의혹으로 '왜 리버서(역추진장치)를 쓰지 않았나'에 대해 "우리가 착륙하고 나면 '쿵'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그걸 리버서라고 한다. 차로 말하면 액셀 같은 스로틀 파워를 최대한 줄인 뒤 리버서를 뒤로 당기게 돼 있다. 그러면 엔진에 역추진이 걸리면서 항공기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실제 기장이 착륙할 때 리버서를 사용했지만 엔진 2개가 나가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또 유튜버는 "왜 반대편 활주로에 내렸냐고도 한다. 가장 가까운 활주로로 우측으로 돌아서 착륙을 시도한 거다. 실은 우측으로 내리기 굉장히 어려운데도 우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너무 낮은 고도 때문"이라고 했다.

'왜 활주로 중간에 내렸냐, 활주로 끝에서 내렸으면 더 여유 있지 않았냐'는 의혹도 있었다. 이에 대해 유튜버는 "두 엔진이 나가면 무조건 활주로 방향으로 틀도록 하고 있다. 어떻게든 활주로 상공에만 내리면 미끄러지면서 살긴 산다. 최대한 많은 인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며 "엔진 2개가 나갔는데 이 여객기가 얼마나 버텨줄지는 세상 어느 조종사도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빠르게 활주로를 향해 선회한 것은 당연히 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활주하는 거리가 좀 부족하긴 했다. 하지만 이건 하나의 아쉬운 점일 뿐이지, 참사로 이어지는 주된 요인이 아니었다"라며 "콘크리트 둔덕이 없는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 갔으면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넓은 공터 같은 곳이 있다. (참사의 원인이)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지, 활주로 중간에서 터치 다운한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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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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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동체착륙? 무모한 짓…참사 원인은 콘크리트 둔덕"

마지막으로 유튜버는 바다에 착륙하지 않은 점에 대해 "바다에 동체 착륙했던 경우 생존 확률은 20%고, 활주로에 동체착륙하면 90%다. 바다로 가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이고, 조종사는 최고의 동체 착륙을 실시했다. 제가 봤을 때 기체에 손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동체 착륙을 했다"고 칭찬했다.

유튜버가 지적한 문제는 '콘크리트 둔덕'이었다. 그는 "기장과 부기장은 충돌 직전까지 리버서를 당기고 끝까지 비행기를 놓지 않고 세우려고 했다"라며 "조종사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다. 이건 KTX가 와서 부딪혀도 폭발할 정도다. 전 세계 어딜 봐도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곳은 없다.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공항들의 구조물은 전부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국내 공항의 아쉬운 점으로 '이마스'(EMAS)가 없다는 것을 꼽았다. 이마스는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는 발포 콘크리트로, 보도블록 같은 판을 만들어서 활주로 끝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소위 '오버런'을 하면,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서지면서 바퀴나 동체를 붙잡고 멈춰 세운다.

유튜버는 "해외에는 이마스가 많다. 감속하는 데 굉장히 도움 된다. 그러나 이마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서 부서지면 다시 깔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를 설치하면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감속시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 (비난) 여론이 죽어서 말이 없는 조종사에게 향하고 있다. 조종사의 랜딩은 굉장히 나이스했다. 콘크리트 벽을 세운 책임자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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