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을 연 3기 새도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공공주택 본보기집.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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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건설비 상승 등에 따른 비서울권 부동산 경기 부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택지 내 민간 주택사업이 잇따라 좌초하면서 해당 사업지를 둘러싼 분쟁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정부도 뾰족한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주택업계 말을 들어보면, 지난달 민간 사전청약이 취소된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블록이 공공지원 민간임대 방식으로 사업 전환을 추진 중이다. 해당 택지를 보유한 제일건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제2차 공공택지 민간임대주택 제안 사업 공모에 참여해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허그의 제안 사업은 민간이 확보한 토지에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한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임대주택을 짓는 게 뼈대다. 정부가 부동산 피에프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동시에 주택 공급도 하기 위해 꺼내 든 사업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제일건설은 영종국제도시 A16블록에 전용면적 85㎡ 이하 1419가구의 임대주택을 짓게 된다.
이런 방안은 사전청약 당첨자들(87명)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분양주택이 아닌 임대주택을 받아들게 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 사전청약 당첨자는 “애초 청약 목적이 분양이었는데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할 사람이 있겠냐”면서 “정부는 이런 점까지 고려해 당첨 지위 유지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일건설 쪽은 “사전청약 당첨자의 지위 승계, 입주권 제공 등은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애초 분양 사업이 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지방 부동산이 냉각되면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고 해당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전국에 이런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무산된 공공택지 민간주택사업은 전국 7곳, 3124가구에 이른다. 인천 가정2지구 2블록, 경기 파주 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블록과 4블록, 경기화성동탄2 주상복합용지 C28블록, 인천 영종국제도시 A41블록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업 무산 단지’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건설의 영종국제도시 A16블록은 민간임대로 전환한 곳이지만 나머지는 아무런 후속 조처도 추진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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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무산된 경우 택지 판매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를 회수한 뒤 재매각 절차를 밟는다. 시장에선 회수→재매각→주택사업 재개에 이르는 기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분양 성공 여부, 분양가 수준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 상당한 불확실성에 내맡겨진 사전 청약 당첨자들로선 난감한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단체 소송전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큰 셈이다.
이런 까닭에 국토부도 다양한 대응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사전청약 당첨자의 지위 유지를 위한 주택공급규칙 개정 등 관련 법령 개정 검토다. 다시 말해 현재로썬 기존의 당첨 자격도 유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주택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사업 취소 단지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이 하루빨리 확정돼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 등 후속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선임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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