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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정년연장’이냐 ‘정년 후 재고용’이냐…계속고용 논의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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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의 노인들. 강창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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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 뒤에도 고령노동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계속고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현 60살에서 65살로 늘리는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경영계는 법정 정년은 그대로 둔 채 촉탁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도 ‘정년 65살 단계적 연장’ 주장이 나옴에 따라,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주목된다.



11일 경사노위과 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계속고용 방안을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계속고용을 위한 제도 마련 방안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계속고용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는 데엔 노·사·정 사이 이견은 없다. 내년부터 한국 사회의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확실하고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진 데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고용 ‘방식’을 놓고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 대립이 매우 팽팽한 상황이다. 노동계 대표로 경사노위 논의에 참여한 한국노총은 현재 60살인 법정 정년을 65살로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숙련 노동력의 부족과 고령 인구 확대에 따른 부양비 급증 등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려면 정년 연장을 통한 고령층의 안정적 일자리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년은 60살로 고정됐지만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현재 63살에서 2033년이 되면 65살로 더 늦춰지는 데 따른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부는 현재 59살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살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경총 등 경영계는 법정 정년 연장엔 한사코 반대한다. 지난해 기준 100인 이상 기업의 호봉급 도입 비율이 여전히 54.4%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의 임금 부담은 물론 고용 경직성이 더 커질 것이란 주장이다. 노조에 가입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22년 기준 13년이고 노조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근속연수는 4.3년에 불과한 상황에서, 법정 정년 연장의 효과는 소수 유노조 대기업 노동자만 누리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정년 연장 반대 논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300인 이상 기업 121곳의 인사 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인식 조사’를 해보니 67.8%가 정년 연장 때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경영계는 제시한다. 반면 상반된 조사 결과도 있다. 취업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21일 기업 461곳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선 79.8%가 정년 연장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경총 등은 대신 법정 정년은 60살로 묶어 두고 이른바 ‘60세 이후 고령자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기업이 선택적으로 정년이 끝난 노동자와 단기간 촉탁직 형태로 계약을 맺는 재고용 방식을 제시한다. 일본이 앞서 도입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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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가 지난 6월27일 발족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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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고용 뒤 적용될 ‘임금체계’도 쟁점





노사가 치열하게 맞붙는 두 번째 쟁점은 60살 이후 계속고용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여부다. 경총 등은 계속고용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깎아야 한다고 본다. 이들을 위한 취업규칙을 새로 만들어 재고용 때부터 근속연수를 새로 시작하고 야간이나 휴일근로 때 주는 가산수당 지급도 예외를 두자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도 완화할 것을 요구한다. 근로기준법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노동자한테 불리한 내용으로 바꿀 때는 노동자 과반수 또는 과반수을 대표하는 노조의 집단적 동의를 얻도록 하는데 관련 규제를 풀어달란 얘기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한겨레에 “일률적인 임금체계로 가자는 게 아니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조항을 좀 합리적으로 완화해 놓으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임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은 사업장에서 힘의 우위에 선 사용자가 노조 조직률도 미약한 개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인데, 이를 흔들면 노동 현장에서 사용자 횡포가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사회적 갈등이 블거진 바 있다.



한국노총은 위원회에 제시한 안에서 65살까지 정년 연장을 할 경우 그 연장 구간에도 동일한 임금체계와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2안으로는 정년 연장 구간에 대한 임금인상은 노사합의로 별도의 인상률을 정해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의 합의가 있으면 61살 이후의 임금체계는 새롭게 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취업규칙 변경 대상은 사업장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 대한 입법적 논의를 같이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여당서도 ‘정년연장’ 주장…경사노위 결론은 어떻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특히 여당이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살로 확대하는 내용의 입법을 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조경태 국민의힘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은 지난 5일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65세까지 정년 연장을 하자는 데에 우리 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 특위에선 정년 연장 관련된 법안을 연초에 발의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단계적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은 이미 박정 의원 등 5명이 정년 내용이 담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민주당 공약 내용을 담은 박정 의원안은 정년을 65살로 늘리돼 법 시행 1년 뒤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2년 뒤부터 300명 미만 사업장, 5년 뒤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경사노위 계속고용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계속고용의 형태와 임금체계 개편 관련 내용을 담은 자체 안을 만들어 제시할 계획이다. 이 안을 토대로 노사가 토론을 거쳐 내년 초까지는 합의안을 내는 게 목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안을 발표한 뒤 이를 기반으로 고용노동부가 로드맵 제시 등 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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