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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일 초, 일 초 가슴이 타 들어가는데”… 더딘 금성호 실종자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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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간 12명 중 2명 발견돼
깊은 수중에 있을 가능성 커
심해잠수사 투입 등도 늦어져
한국일보

10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7부두에서 135금성호(129톤·부산 선적) 침몰사고 실종자 한국인 선원 A씨(64)의 시신이 장례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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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일 초, 일 초 시간이 가면서 갈수록 감당하기 점점 어렵습니다.”

'135금성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10일로 사흘째를 맞았지만 실종자 수색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135금성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 8일 새벽 이후 사흘째 함정과 항공기, 잠수사 등을 총동원해 사고 해역과 침몰된 선박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수색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흘간 실종자 12명 중 2명이 발견됐다. 사고 발생 40여 시간 만인 전날 오후 9시쯤 해군 광양함 원격조종수중로봇(ROV)이 수심 92m 해저에 침몰한 선체 주변에서 한국인 갑판장 A(64)씨를 발견·인양했다. 이어 이날 오후 3시 52분쯤 선체 주변에서 ROV가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시신은 오후 8시 14분쯤 해군 잠수사에 의해 인양됐다. 해경은 시신을 인계 받아 지문 감식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실종자 수색이 쉽지 않은 이유는 실종자들이 해수면이 아닌 수중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선원들은 1차 어획물 이적 작업을 마치고 두 번째 운반선을 기다리던 사이, 선체가 순식간에 전복되면서 바다에 빠졌다. 이들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방수 작업복과 장화를 착용하고 있었고, 방수 작업복에 한꺼번에 물이 차면서 그 무게 때문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처음 발견된 실종자 A씨도 방수 작업복을 입은 상태였다. A씨가 수심 90m가 넘는 해저에서 해수면으로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수심이 30~40m 이상 되면 수압이 실종자들을 해수면으로 밀어 올리는 부력보다 더 강해 떠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선원들은 방수 작업복에 장화를 신기 때문에 물에 빠지면 피해가 커진다. 만약 135금성호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수색이나 구조가 빨리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사고 이틀째인 9일 사고 해역 인근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한 야간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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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또 사고 당시 선박에 연결된 어망(그물)이 선체와 함께 침몰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종자들도 함께 끌려 내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종자들은 침몰한 선체 주변 등 수심 100m 가까운 깊은 바다 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수중수색은 일반잠수사들이 수심 40m 정도까지 내려가 수색하고 있고 해군의 원격조종수중로봇만 침몰한 선체 주변을 수색 중이다. 본격적인 수중수색에 나설 심해잠수사 투입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심해잠수사는 수심 100m까지 내려갈 수 있어, 침몰한 선박 내 진입과 어망 제거, 인양 등의 수색작업을 벌이게 된다. 해경은 전날 오후 심해잠수사를 태운 바지선이 사고 해역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상상황 등으로 예상보다 늦은 이날 12시 20분쯤 도착했다. 더욱이 이날 해상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심해잠수사 투입이 보류됐다.

수색이 늦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실종된 선원의 가족은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다면 살아있을 때 건져야 하는 것 아니냐. 죽어서 건지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울먹였다.

해경은 이번 '135금성호' 침몰사고의 원인으로 사고 당시 평소보다 많았던 어획량이 선박 전복으로 이어진 복원력 상실의 원인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경은 사고 당시 135금성호가 운반선에 한 차례 어획물을 옮긴 뒤 다음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어획물을 가둬놓은 그물이 있던 선체 오른쪽으로 기울다가 순식간에 뒤집히면서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구조된 금성호 선원들은 평소 3∼5회에 걸쳐 작업해야 될 어획량을 사고 당일 한 번에 잡았다고 진술했다”며 “복원력 상실 원인으로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 외에도 사고 선박의 구조적 문제, 선망어업방식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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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해상에서 부산 선적 선망 어선 135금성호(129t)가 침몰했다. 해경이 수중에 산재한 사고 어선 그물에서 수색을 벌이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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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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